[함께하는 미래] 해리스 대 트럼프⋯ 중국의 선택은

이왕휘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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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과 대립하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6일 공개적으로 카멀라 해리스 후보를 지지하고 나섰다.

 

반면 지난달 29일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접견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의중을 전혀 드러내지 않고 있다.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명하는 러시아와 달리 중국이 언급을 극도로 자제하는 이유는 미국의 역공을 피하기 위해서다.

 

린젠(林劍) 외교부 대변인은 4월 “미국의 대선은 미국의 내정”이라며 “중국은 그 어떤 방식으로도 관여하지 않는 대신 미국도 선거를 목적으로 중국을 비난하고 중국의 국익을 침해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렇다면 중국에서는 어느 후보가 자신들에게 유리하다고 보고 있을까.

 

단기적으로 중국은 해리스 후보의 당선을 선호한다. 해리스 후보가 조 바이든 대통령의 노선을 그대로 유지할 가능성이 매우 크기에 중국은 정책 변경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즉, 미중 관계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증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민주당 고위층과도 여러 차례 소통해 온 터라 새로운 인맥을 찾아야 하는 수고도 덜 수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대만, 홍콩, 신장웨이우얼(新疆維吾爾)자치구의 인권 및 반도체 제재 등을 통해 중국을 압박했지만 기후변화 및 AI 안전 등에서는 중국과 긴밀하게 협조하고 있다. 군사적 차원에서도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이 지난해 11월 샌프란시스코 회담에서 합의한 핫라인을 통해 우발적 충돌이 전면전으로 확대되지 않도록 관리하고 있다.

 

반면 바이든 행정부보다 훨씬 더 강경한 대중 정책을 예고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은 중국에 엄청난 충격을 줄 수 있다.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 6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는 트럼프 후보는 대만해협, 남중국해, 반도체 제재 등에 대해서도 중국을 최대한 압박할 것이다. 이런 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 협상 상대를 새로 찾는 일도 쉽지 않을 뿐더러 그동안 중국이 공들여온 딸 이방카와 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트럼프 후보의 총애를 잃었다.

 

중국에 그나마 위안이 되는 일은 대만 반도체 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다. 이전에 트럼프 후보는 대만이 미국 반도체 산업을 탈취했으며 미국의 군사적 지원에 대한 비용을 충분히 분담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국은 누가 당선되든 미중 관계가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으리라고 예상하고 있다. 대중(對中) 정책에 관해 해리스와 트럼프 사이에는 큰 차이가 없다. 두 후보 모두 중국을 미국의 패권을 위협하는 가장 심각한 경쟁자로 간주하고 있다. 또 미국의 국익을 증진하기 위해 중국과의 교류를 축소해야 한다는 입장도 공유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부과한 보복관세를 철폐하겠다는 선거공약을 지키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6월에는 중국산 전기차와 배터리에 대한 관세를 25~100%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양당의 대중 정책이 수렴하는 이유는 급증하는 반중(反中) 정서에 있다. 2018년 개시된 무역전쟁과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미국에서 중국에 대한 비호감이 유례없이 상승했다.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2017년 호감과 비호감의 차이가 4%에서 2024년 65%까지 벌어졌다.

 

이런 추세가 역전되지 않는 한 어느 후보도 미중 관계를 전면적으로 전환하기 위한 시도를 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선 이후 중국의 대미(對美) 정책의 목표는 관계 개선보다는 현상 유지로 하향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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