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장스님 해인사 승가대학 학감
‘원각도량하처(圓覺道場何處), 현금생사즉시(現今生死卽是).’
해인사 법보전의 주련에 쓰여 있는 가르침으로 ‘깨달음의 자리가 어디에 있는가. 지금 이 순간 삶과 죽음만이 있을 뿐이다’라는 의미다. 불교를 수행하며 추구하는 깨달음이라는 것이 어떤 형상이나 모습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 이 순간 자신으로서 참되게 살아가는 것이 바로 깨달음이라는 가르침이다.
우리는 살아가며 많은 것을 원하고, 어떠한 존재가 되고 싶거나 무언가를 갖고자 한다. 이는 어쩌면 이 사회를 살아가는 데 중요한 원동력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처럼 원하고 지니며 살아가지만 삶은 언제나 갈증을 느끼고 지금도 다른 무언가를 바라고 있다. 끊임없이 이렇게 살아가지만 이 순간이 지나면 그것을 뒤로하고 또 다른 것에 갈증을 느끼는 것이 우리 삶의 모습이다.
법보전의 주련은 이러한 인간의 삶 속에서 진정으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일깨워주는 가르침이다.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깨달음일지언정 그것을 갖거나 얻으려고 해서는 안 된다. 그 순간의 마음이 그것을 원하는 것뿐이고, 그것을 얻게 됐더라도 다른 순간이 되면 다른 것을 원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깨달음일지라도 만약 갖거나 얻을 수 있는 것이라면 누군가에게 사라질 수도 있고 뺏길 수도 있는 것이 돼 버린다.
그러나 오늘 이 순간을 우리가 이처럼 살아 있고 살아 간다는 것이야말로 무엇보다 중요하고 기적인 것이다. 사람들은 때때로 살아 있다는 것을 너무나 당연하게 여긴다. 살아 있다는 것은 오늘 하루를 나로서 무언가를 해 나갈 수 있고 다시금 나를 만날 수 있는 기회다.
기회가 왔을 때 잡아야 한다는 말이 있다. 우리는 오늘 또다시 기회를 맞이하고 있지만 그 기회가 너무나 익숙한 나머지 당연히 있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살아 있기에 무엇이든 할 수 있다. 그러나 살아 있으면서 무엇도 하지 않는다면 그 살아 있다(生)는 생생(生生)함을 상실하게 된다.
불교에서 모든 존재는 업(業)의 힘에 의해 끌려 산다고 한다. 그러나 인과(因果)를 통찰해 자신의 주변에 인연이 일어나는 것을 깨달은 연기법(緣起法)에 의해 삶을 이끌어갈 수 있다고 한다. 즉, 우리의 오늘을 당연한 하루로 여기고 그저 그렇게 업과 시간의 힘에 끌려 보내게 된다면 지나간 어제와 같이 귀중한 이 순간이 허망하게 사라져 버린다.
오늘은 우리 모두가 태어나 처음 맞이하는 하루다. 이 하루의 시간에 자신이 그토록 원하는 일을 해보고, 사랑하는 인연과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면 아직 오지 않은 내일의 우리는 분명 오늘보다 행복해질 것이다.
누구나 행복해지기를 바라며 살아간다. 행복은 어느 날 문득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오늘 하루 동안 자신이 만든 삶이라는 상자에 행복을 담아 아직 오지 않은 내일의 자신에게 보내는 것이다. 우리의 오늘은 내일의 선물이다.
그 선물상자에 자신이 바라는 행복을 담아 로켓 배송을 보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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