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희 인천녹색연합 사무처장
세계경제포럼이 작성한 2024 글로벌 리스크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10년 이내 최대 사업 리스크로 기상 이변, 급격한 지구 시스템 변화, 생물다양성 손실, 천연자원 부족 등 자연환경 위험을 최우선으로 꼽았다.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절반 이상이 자연과 자연이 제공하는 서비스에 의존하고 있다고 분석했으며 만약 생물다양성 손실로 생태계가 붕괴되면 복합적인 사회경제적 위기가 닥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제계에서도 민감하게 반응할 만큼 생물다양성 위기는 심각해지고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국제사회도 2022년 말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를 채택해 보호지역 30% 지정 목표를 설정했다. 이에 따라 정부도 2023년 국가 생물다양성 전략을 수립했다. 아쉽게도 아직 인천시는 조례 제정이나 생물다양성 전략 수립 계획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행히 부평에서 먼저 생물다양성 증진을 위한 걸음을 시작했다. 얼마 전 정예지 부평구의원이 ‘멸종위기 맹꽁이 등 야생생물 보호 및 생물다양성 증진 조례안’ 제정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생물다양성의 중요성과 위기 등 국제, 국내 흐름을 살펴보고 부평구 자연환경 현황 및 생물다양성 증진을 위한 과제 제안이 있었다. 부평에서 양서류 모니터링, 하천 보호활동을 하는 시민들도 참석해 다양한 의견을 개진했다. 부평은 원적산, 만월산으로 이어지는 산림이 있고 부평나비공원, 부평공원 등 공원이 위치해 있다. 넓은 면적은 아니지만 논습지가 남아 있으며 도심 속 하천이 흐른다. 이 생태 공간에 맹꽁이, 금개구리, 두꺼비, 도롱뇽 등 양서류와 반딧불이 등 곤충, 새들이 기대어 살아간다. 더욱이 굴포천 일부 구간이 복원 중이고 부평미군기지도 공원 조성을 앞두고 있다. 더 많은 생태공간이 조성되고 생물다양성을 증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생물다양성 증진 정책 패러다임이 정부 주도에서 정부와 지역, 기업, 민간으로 전환된 만큼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역사회와 함께하며 공감대를 형성할 때 활동의 지속성을 담보할 수 있다.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체는 촘촘히 짜인 그물망처럼 연결돼 있어 서로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물망에 구멍이 생기면 저항력이 약해지고 균형이 무너진다. 인류도 위태로워진다. 생명의 그물망을 촘촘히 유지할 수 있도록 지역에서의 실천이 필요하다. 부평구의 생물다양성 조례 제정을 시작으로 인천의 생명 그물망이 더욱 촘촘해지길 바란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