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면서] 유연한 채식주의자

송원경 식생활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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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으로 한없이 자랑스럽고 기쁘다. 하지만 대표 도서인 ‘채식주의자’는 제목만 보고 반가운 마음으로 도전했다가 읽기 불편해 여러 번 포기했던 기억으로 남아 있다.

 

채식주의자(Vegetarian)는 육식을 모두 거부하는 사람이라 생각하지만 식단에서 동물성 식품을 제한하는 정도에 따라 ‘비건, 프루테리언, 플렉시테리언, 락토, 오보, 락토-오보, 페스코, 폴로’ 등 다양한 단계의 채식주의 방식이 있다.

 

완전한 채식주의자로 동물성 식품을 전혀 먹지 않는 비건(Vegan)은 유제품, 달걀, 꿀같이 동물에서 얻은 식품을 섭취하지 않고 가죽옷이나 화장품 원료 등 동물성 제품도 완전히 배제한다. 프루테리언(fruitarian)은 극단적인 채식주의자로 식물의 뿌리와 줄기, 잎, 과일과 곡식만 먹는 더 엄격한 식단을 실천한다.

 

락토(Lacto) 베지테리언은 유제품은 섭취하고 오보(Ovo) 베지테리언은 달걀은 섭취한다. 락토-오보(Lacto-Ovo) 베지테리언은 유제품과 달걀은 먹는다. 페스코(Pesco) 베지테리언은 생선과 해산물은 먹지만 육류는 피한다. 폴로(Pollo) 베지테리언은 닭고기나 오리 같은 가금류는 먹는다.

 

우리의 삶 중에서 ‘어떻게 먹을 것인가’는 한 번쯤 생각해 볼 만한 고민이다. 음식을 동물, 채소, 가공식품에서 고를 수 있다면 내가 실천하고 있는 성향은 플렉시테리언(Flexitarian)이다. 건강을 위해 기본적으로 채식 식단을 유지하면서 가끔 육류나 생선을 섭취한다. 엄격한 의미에서 ‘채식주의자’라고 부르기는 어렵지만 ‘유연한 채식주의자’로도 불리며 고기를 피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적합한 방식이다.

 

채식 지향적인 삶의 방식은 하나의 트렌드가 됐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건강한 채식주의 식단이 대중화되고 식당과 제품도 늘어나 접근성도 높아졌다. 국내에서도 사회적 인식의 변화와 함께 젊은 소비층을 중심으로 채식 성향과 비건문화가 빠르게 발달하고 있다. 기후 변화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환경보호와 동물 윤리에 대한 인식 증가로 채식주의를 선택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종교적 이유도 있다. 채식을 많이 하는 나라를 살펴보면 전 국민의 30~40%가 채식주의자인 인도가 1위이고 대만이 4위다. 힌두교, 자이나교, 불교, 도교처럼 종교의 영향이 클 수도 있다. 인도의 경우 종교적, 문화적 요소가 얽혀있어 채식주의자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지만 세계화와 더불어 다양한 제품을 접하고 육류 소비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고 있어 앞으로의 방향은 또 모를 일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사찰음식이 유지되고 있어 채식을 보다 다양하고 맛있게 즐길 수 있다. 최근에는 사찰음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소개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채식주의 확산에 기여하고 있다. 사찰음식은 한국의 전통적인 채식 문화로 현대의 채식주의자들에게 윤리적, 철학적 영감을 주는 중요한 식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건강한 삶을 위해서는 균형 잡힌 식습관과 규칙적인 운동이 필수적이다. 자신의 몸과 마음을 돌보고 건강한 생활 습관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식습관은 나에게 맞는 방식으로 더 나은 방향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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