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저출생, 정말 답이 없는 것일까

유영성 경기연구원 북부 자치연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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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들이 결혼을 안 하고 아이도 안 낳는다고 한다. 가임기(15~49세) 여성 1명이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자녀의 수인 합계출산율이 작년에 0.72명을 기록한 것이 이를 잘 보여준다. 이마저 매년 줄어드는 추세다. 출생아 수가 2000년 약 63만명이던 것이 2023년 약 43만명이 됐다. 머지않아 아이들은 드물고 노인만 가득한 나라로 바뀌는 것이 아닌가, 더 나아가 나라도 없어지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나오기도 한다.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없었던 것이 아니다. 2006년부터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5개년 계획)을 4차에 걸쳐 수립했고 이에 따른 각종 대책과 예산을 세우고 실행해 왔다. 저출생 대책에 쓴 예산이 지난 18년간 약 380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출생률이 반등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떨어진다는 것이다. 무언가 잘못됐다는 진단과 비판이 뒤따르는 실정이다. 이것이 성평등 제고 정책인가, 복지정책인가 등 정책목표의 불명확성에 대한 지적에서부터 예산을 출생과 무관한 데 썼다는 재정효율성 문제를 언급하는 데까지 다양하다.

 

저출생 문제 해결은 사회의 근본 질서를 흔들거나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가 곤란하다는 생각들을 하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요즘 들어 아예 출생률을 높이기보다 삶의 질을 중시하는 쪽으로 정책목표를 설정하기도 한다. 저출생 대책의 방향을 출생 자체보다 더 나은 삶으로 옮기겠다는 의도다. 이러면 저출생 문제에서 저출생은 사라지는 것이다.

 

저출생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니고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도 한다. 우리나라의 심각한 저출생에 대한 책임을 피하기 위한 주장인데 그렇지 않은 나라도 있어 설득력이 떨어진다. 애를 많이 낳는 문화권 사람들의 이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면 저출생 문제는 쉽게 극복될 거라고도 한다. 단일민족 중심의 국가주의가 강한 국민 정서상 수용하기가 쉽지 않다.

 

최근 들어 젊은이들이 반려동물을 너무 사랑해 애를 안 낳는다고도 한다. 이게 사실이라면 저출생은 더 이상 인간만의 문제가 아니게 된다. 심지어 출생의 가치를 깎아내리는 경우도 있다. 아이가 안 태어나고 인구가 줄어들면 그대로 살면 되지 왜 이걸 문제 삼는가 하고 반문하는 것이다. 이는 저출생 문제를 미궁으로 빠뜨린다. 놀라운 일이지만 이 모든 게 저출생을 둘러싼 우리 담론의 현실이다.

 

저출생 문제 해결 방안으로 경제적 지원 강화, 일과 가정의 양립 지원, 보육시설 확충, 주거 문제 해결, 사회적 인식 변화 등이 거론된다. 이것 모두 필요하겠지만 확실한 효과를 보장하는 특단의 대책을 찾는다면 출생소득 지급을 꼽을 수 있다.

 

노벨상 수상자인 개리 베커 교수도 이런 유인책을 권한다. 예를 들어 보자. 출생아 수가 매년 60만명은 돼야 우리나라 인구 5천만명 선을 유지할 수 있다. 따라서 매년 60만명의 아이가 태어나도록 하기 위한 유인책으로 이들이 20세가 될 때까지 매월 200만원의 출생소득을 부모에게 지급하는 것이다. 자녀 두 명의 경우 매월 400만원을, 세 명은 600만원을 받는다. 첫해는 14조4천억원, 둘째 해는 28조8천억원, 셋째 해는 43조2천억원이 들 것이다.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 지난 18년 동안 사용한 1년 평균 예산이 21조원을 넘는다는 걸 생각하면 이는 그리 큰 규모가 아니다. 더군다나 예산 문제는 이러한 소득 보장을 하는 대신 현재 시행되고 있는 각종 복지 혜택을 없앰으로써 대폭 해결할 수 있다. 출생소득 지급 대상을 가계소득 상위 10%에서 시작해 점차 줄여갈 수도 있다.

 

저출생 문제, 답이 없는 것이 아니다. 제대로 된 답을 못 찾았을 뿐이다. 저출생 문제 해결은 충분한 출생소득 지급을 중심으로 다양한 대책을 효과적으로 추진할 때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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