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정민 토지주택연구원 연구위원
우리나라는 1970년대 후반부터 아파트가 본격적으로 공급되기 시작하면서 전체 주택에서 공동주택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높아졌으며 2023년 말 기준으로 전체 주택 중 공동주택이 79.2%를 차지하고 있다. 이 가운데 30년 이상 노후한 공동주택은 전체 공동주택의 18.0%로 약 279만가구에 달하고 있다.
공공주택관리법상 의무관리대상 공동주택은 자치관리나 위탁관리를 하고 있으나 의무관리대상에서 제외되는 소규모 공동주택의 경우에는 이 같은 규정이 없어 관리주체가 없거나 장기수선계획 및 장기수선충담금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아 적절한 유지관리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특히 30년 이상 된 노후 공동주택의 경우 비의무관리대상 비중이 38.9%로 약 108만가구에 달하고 있다. 또 통계청 조사에 의하면 2000년 이전에 건축된 공동주택 중 51만5천가구가 빈집인 것으로 조사됐다. 단독주택의 경우 공·폐가로 방치되면 해당 주택을 철거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만 공동주택에서는 공가가 발생하면 건물 전체의 유지관리 문제가 발생해 공가가 증가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우려가 높다.
현재 우리나라는 저출생, 고령화에 따른 사회 문제가 심각하며 총인구가 감소하고 있다. 대도시권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신규 주택 수요가 낮은 지역에서는 전면 철거 방식의 정비사업을 통해 노후 공동주택을 정비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운 실정이다. 지자체에서는 공동주택관리법 제85조 규정 등에 근거해 관련 조례를 제정하고 건물 외벽, 옥상 유지 보수 등 공동주택 관리에 필요한 비용의 일부를 지원하고 있지만 지자체의 재정 여건 등을 고려할 때 증가하는 노후 공동주택에 대응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앞으로 노후 공동주택은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국가적 차원의 체계적인 유지관리 및 정비 방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자체에서는 노후 공동주택에 대한 전반적인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종합적인 공동주택 유지관리계획 수립이 필요하며 정부 차원에서는 노후 공동주택에 대해 에너지 성능 향상과 연계한 개·보수, 위험 건축물에 대한 공공 정비 등 다양한 지원사업 마련 및 확대가 필요하다. 현재 신규 주택 공급에 집중된 정책적 관심을 노후 공동주택에 대한 유지관리로 조금씩 전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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