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학교 법교육’ 그 백년대계

변성숙 에듀로교육법률연구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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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을 입었다고 응답한 학생들이 또 늘었다. 코로나19 첫해인 2020년부터 현재까지 피해응답률은 지속적으로 상승한 데다가 초등학생은 2013년 학교폭력 실태조사를 실시한 이래 가장 높은 피해 응답률을 기록했다고 하니. 잘못돼도 무언가 한참 잘못됐다.

 

이것뿐만이 아니다. 교육부 발표에 따르면 최근 3년 동안(2021~2023년) 전체 신고건수는 4만4천444건→5만7천981건→6만1천445건이다. 이 중 학교장 자체해결로 종결되지 못하고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로 올라온 건수는 1만5천653건→2만1천565건→2만3천579건으로 동반 상승했다고 하니, 학교폭력이라는 학교 갈등이 커지고 있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대입 불이익’을 포함하는 교육부의 고강도 근절대책은 한계가 있다는 것이리라. 그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 것인가.

 

학교 내 따돌림은 직장 내 괴롭힘이나 갑질로 이어진다. 학창 시절의 폭력이 사회로 이어지기도 하니 학교폭력은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 이런 행위들은 징계를 받을 수 있는 행위임을 넘어 범법행위로서 해서는 절대 안 된다는 점을 분명하게 가르쳐야 한다. 작년의 기억보다 이십여 년 전의 기억이 더 선명한 건 필자만은 아닐 테니 학창 시절의 ‘배움’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사회적 문제가 된 학교폭력 역시 결국 ‘배움’, ‘교육’의 문제이다. ‘법 교육’은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법적 이해능력, 합리적 사고능력, 긍정적 참여의식, 질서 의식, 헌법적 가치관 등을 함양함을 목적으로 하는 법과 관련된 모든 교육을 말한다. ‘학교 법교육’을 통해 학생들은 공동체 일원으로서의 권리와 의무를 이해하고 법적인 소양을 길러, 자신을 보호할 뿐만 아니라 타인을 배려하며 공동체의 발전을 위해 행동하는 시민으로 커 나갈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학교 법교육은 어떠한가.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는 고운 말을 써야 한다는 교육, 쓰레기를 길에 버리면 안 된다는 교육, 고맙다는 인사와 사과하는 방법에 대한 교육 등 기본적인 도덕적 교육을 진행한다. 이때의 배움으로 아이들은 공동체에서 지켜야 할 규범을 배운다. 초등학교 입학한 이후에는 이러한 도덕적 교육을 뛰어넘어 본인들에게 허용되는 행동과 금지되는 행위가 무엇인지를 명확히 배워야 한다. 그런데 우리의 법교육은 여전히 어린이집, 유치원의 도덕적 교육에 멈춰있다. 학교폭력이나 교육활동 침해 예방 교육 등 법정교육도 대부분 형식적으로 이루어질 뿐이다.

 

2008년에 제정돼 한 차례도 개정되지 않은, 그만큼 우리 관심에서 멀어져 있는 ‘법교육지원법’에 따르면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질 높은 학교 법교육을 위해 각종 법교육 활동을 지원할 수 있고, 교원을 대상으로 전문성 함양을 위한 법교육 연수기회를 제공하고 민간 교육기관의 법교육 연수 활동을 지원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그런데 현실에서 학교 법교육은 교육의 우선순위에서 한참 밀려나 있다. 교육과정의 일환으로 이뤄지는 법교육을 운영하는 교사들도 체계적인 교육을 받아본 바 없다. 법은 사회에 맞닿아 있다. 우리가 생활하고 있는 사회의 근간은 ‘법’이다. 학교 법교육을 통해 학생들은 다른 학생들과 교원들을 배려하며 학교 공동체 내에서 조화롭게 생활하는 데 필요한 소양을 배울 수 있다. 다른 이들을 배려해야 하는 이유, 폭력을 행사하면 안 되는 이유 등을 분명하고 무겁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당장은 드러나지 않을지라도 이러한 체계적인 법교육은 학생들의 준법의식을 함양시키고 공동체 의식을 배우게 한다. 이는 학교폭력 가해 학생에게 ‘대입 불이익’을 주는 정책보다 더딜지는 몰라도 폭력을 예방하고 저지하는 데 훨씬 더 효과적이고 건전한 방법이다. 어차피 교육은 백년대계가 아니던가? 결국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야 하는 학생들이 건전한 법의식을 배우는 것은 학교폭력 예방을 위하여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학교 법교육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 교육부는 깊이 있게 고민해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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