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경 작곡가·공연 연출가
축제의 계절이 지나가고 있다. 올해도 많은 축제가 열렸고 이곳저곳 다니며 축제를 만끽했다. 관객으로 참여한 축제가 있는가 하면 음악감독으로, 연출자로 참여한 것도 있다.
시대에 따라 유행하는 콘텐츠들이 있다. 올해는 드론쇼가 그 케이스인 듯하다. 유명 가수들의 공연은 아직도 축제의 백미로 인식된다. 맛있는 음식도 축제의 큰 즐거움을 담당한다. 지역만 다를 뿐 이곳저곳 같은 프로그램에 같은 가수, 심지어 같은 메뉴의 푸드트럭은 우리가 극복해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이번 축제의 계절에 잊지 못할 두 가지가 있다면 ‘2024 정조대왕 능행차 공동재현’과 ‘아트밸리 아산 제2회 이순신 순국제전’이다.
서울과 수원, 화성에서 한날에 벌어지는 정조대왕 능행차 공동재현은 그 역사성에서 우선 빛나는 역작이다. 아트밸리 아산 제2회 이순신 순국제전과 더불어 지역과 축제가 어떻게 결합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의미있는 행사였다.
정조대왕 능행차는 수원시민의 자부심이었다.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누구 하나 자리를 뜨지 않았다. 보통의 행사장에서 보기 어려운 장면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시민참여 축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인데 이는 이순신 순국제’에서도 보이는 새로운 변화의 가능성이다.
특히 정조대왕과 혜경궁 홍씨는 매년 시민들을 대상으로 선발대회가 열린다. 올해 선발대회도 시민들의 큰 호응이 있었다. 축제는 모두가 즐기는 것이지만 이를 만드는 과정에도 시민들이 참여했다는 것은 새로운 시민 참여 형태뿐만 아니라 시민의 성숙한 자세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참관’이자 ‘구경’이었던 것에서 ‘고대’하고 ‘참여‘하는 축제로 참여 인식의 변화를 만들었다는 것은 그동안 이 행사들을 준비해온 이들의 노고를 짐작하게 한다.
그들은 무엇보다 역사적인 고증과 지역사회에 맞는 현실적인 재현을 위해 열과 성을 다했다. 복식 하나하나 역사적 고증을 통해 철저히 재현해 내려 논의를 거듭했다. 이러한 노력은 이순신 순국제전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덕수 이씨 종친회와 긴밀한 협의 과정을 거치며 전문가들과 협업해 장례 행렬과 제의를 구성해냈다. 하루 종일 울려 퍼진 만가 행렬의 말미에는 시민들과 함께하는 대합창을 창작해 시민들의 참여를 극대화했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며 지역의 고유한 문화의 한 페이지를 써 내려가는 순간이었다.
물론 이런 과정이 쉽게 될 리 없다. 여러 전문가와 논의와 합의를 이뤄야 하고 지역주민들과 협의도 거쳐야 한다. 이런 것이 생략되면 축제는 고유한 정체성을 잃게 되고 시민 참여 축제가 아닌 구경 축제가 되기 십상이다.
지자체나 정부의 과도한 관여 또한 지역공동체 축제의 소멸을 자초하기도 한다. 많은 사람이 모객되거나 지역경제가 활성화되는 것만을 축제의 성과 지표로 보면 이런 일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시민들의 자발성과 창의적인 기획이 합해질 때 공동체 고유의 문화를 만들고 발전시킬 수 있다. 이를 축적하는 과정이야말로 축제의 본질적 성과라 할 수 있다.
결국 축제는 지역의 ‘고유한’ 정체성과 문화를 바탕으로 ‘공동체’가 함께 ‘축(祝)’하하고 빌거나 ‘제(祭)’의하며 벌이는 일련의 과정이다. 이 모든 일들은 일정한 공간을 통해 이뤄지고 지역 공동체의 고유한 문화로 정착되기 마련이다. 그 과정을 함께 즐기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축제의 의미일 것이다.
축제를 만드는 사람들 역시 공동체와 함께해야 한다. 지역 공동체의 문화와 그 고유한 정체성을 지속적으로 재구성하며 재창작하는 것. 우리가 지금 바라보고 지향해야 할 ‘祝祭’의 본질은 거기에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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