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이민의 재정적 효과

이규홍 이민정책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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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정책연구원이 2024년 1월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국민인식 조사 결과를 보면 이민청 설치에 대한 찬성 의견은 68.6%, 반대 의견은 15.2%를 차지했다. 반대 의견의 주된 이유로 불법체류·범죄율·복지비 증가 등 사회 비용이 늘어날 것(51.3%)이라는 점을 꼽았다. 즉, 국민은 이민자 유입으로 인한 사회질서의 훼손과 국가 재정에 대한 부담 증가를 가장 우려하고 있다.

 

이민의 재정적 효과를 살펴볼 때 이민자의 수요에 따른 사회 보장 비용과 함께 세금 납부 등을 통한 재정 기여도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이민자의 연령, 경제활동 여부와 그 분야, 소득 등에 따라 재정 기여도가 달라지고 이민자에 대한 사회보장제도와 정책 및 그에 대한 접근성 등에 따라 사회보장비용이 달라지므로 이 분야에 대해 지속적인 분석이 필요하다.

 

또 오랫동안 납세의 의무를 이행하면서 국가 재정에 기여한 이민자가 고령 인구에 편입된 경우 고령 인구가 된 단면만을 분리해 재정적 효과를 분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고령 인구에 속하는 이민자의 경우 국내에 거주한 기간 전체를 토대로 사회보장 혜택을 부여하는 데 드는 비용과 함께 국가 재정에 기여한 정도를 함께 분석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회보장비용만을 생각하고 이민자의 정주로 인한 재정 기여도 등의 이익을 종합적으로 생각하지 않으면서 정주를 허용하지 않는 나라는 국제경쟁력이 없다.

 

미국, 캐나다, 유럽 선진국은 국민들의 관심사항을 반영해 이민의 재정적 영향에 관한 연구를 꾸준히 수행해 왔으나 우리나라는 아직 연구에 필요한 세부 데이터조차 부족한 실정이다. 향후 해당 부처에서 외국인의 거주 지역, 체류자격, 연령 등에 따른 세부 데이터를 수집하고 부처별로 수집된 데이터를 취합해 이민의 재정적 효과를 정기적으로 분석하는 한편 그 분석 결과를 정부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

 

이민정책연구원에서 2010년부터 2019년까지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외국인 주민과 지방정부의 공공 사회복지 지출에 관한 실증분석’을 한 결과 외국인 주민의 증가는 국민을 포함한 전체 1인당 공공사회복지 분야에 대한 세출예산의 감소를 가져와 국가 재정에 기여했다. 이러한 결과의 주요 이유는 외국인은 내국인에 비해 사회복지 등에 대한 접근성이 제한적이기 때문일 것으로 짐작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06년부터 2018년까지 25개 회원국을 분석한 결과 이민자가 내는 세금 및 사회적 기여가 그들이 받는 혜택이나 서비스 보다 평균적으로 20% 정도 더 많아 국가 재정에 긍정적인 기여를 했다. 평균적으로 국민보다 이민자의 재정 기여도가 낮았지만 정부가 국민보다 이민자에게 지출한 금액이 더 적어 전체적으로 긍정적 효과를 가져온 것이다.

 

2014년 OECD의 선행 연구 결과와 같이 신규 취업이민자의 비중이 큰 국가들의 경우 이민의 재정 효과가 보다 긍정적으로 나타났다. 재정 기여도 중 연령이 가장 중요하며 취업 연령대에 속할 때에는 재정 기여도가 높고 아동이나 고령자는 재정 기여도가 부정적으로 나타났다. 특히 핵심생산연령인구(25~54세)의 경우 이민자의 재정 기여도가 정부가 이민자를 위해 지출한 비용보다 3배나 높았다.

 

해당 연구 결과를 토대로 경제적 목적의 이민 수용에 관한 정책을 수립할 때 이민자의 개인적 역량 이외에 연령을 고려해야 한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예를 들어 이번 연구 결과를 토대로 유학생 정책을 살펴보면 젊은 연령에 해당하는 유학생의 경우 경제활동 기간이 길어 중장기적으로 재정적 효과가 높을 것으로 기대됨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정책은 이를 적절하게 반영하지 않고 있다. 특히 국내 유학생이 졸업한 후 취업활동이 가능한 체류자격으로 변경하는 것이 쉽지 않다.

 

단순노무에 종사하는 ‘비전문취업(E-9)’ 체류자격의 경우 인력 송출계약이 체결된 17개국의 정부 추천을 받은 사람에 한해 근로계약을 체결한 후 비자를 받을 수 있다. 전문인력, 준전문인력 또는 기능인력으로 취업할 수 있는 ‘특정활동(E-7)’ 체류자격으로 변경하기 위한 취업 업종과 직종, 소득 수준 등에 관한 요건을 살펴보면 노동시장에 처음으로 진입하는 유학생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

 

따라서 재학 중인 유학생의 경우 한국어, 한국문화 이해 등에 관한 교육을 강화하고 인턴제를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며 일정 수준의 한국어 구사 능력, 인턴제로 일한 경험 등의 요건을 갖춘 유학생이 졸업한 경우 보다 폭넓게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인구 감소가 심한 지역이나 인력난이 심한 업종과 직종에 취업할 경우 우대하는 방안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캐나다의 경우 유학생이 졸업한 후 3년간 자유롭게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한 후 그 실적에 대한 평가를 통해 필요한 비자를 부여하고 있는데 참고할 만한 좋은 사례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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