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국가 간 갈등… 복잡한 양상 현 상황 지속 땐 한반도 피해 불가피 화합과 평화라는 정반합 이뤄져야
전쟁은 정말로 피할 수 없는 것인가. 이 질문은 단순한 군사적 충돌의 위협을 넘어 인류의 존재에 대한 깊은 고찰을 요구한다. 현대 세계는 문명 간의 갈등과 국가 간의 불안정 속에서 그 어느 때보다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헤겔의 ‘정반합’ 개념은 변증법적 과정으로 이러한 상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인류는 진리와 참된 인식을 탐구하며 발전해 왔지만 그 과정에서 고통 또한 동반해 왔다. 정(正)에서 반(反)으로, 그리고 중간의 균형을 찾아가는 여정은 자연스럽고 바람직한 과정이다. 세계와 남북 간의 문제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소련의 붕괴로 냉전이 종식된 후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저서 ‘역사의 종말’에서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승리를 주장했다. 하지만 이 주장은 서구 가치가 보편적이라는 오만한 가정에 대한 비판을 받는다. 세계는 서구의 기대와 달리 국가 간 분쟁과 문명 간 충돌이 격화될 가능성이 크다. 새뮤얼 헌팅턴이 제시한 ‘문명 간의 충돌’은 이러한 불확실성을 강조한다. 과거 냉전 시대에는 국가나 민족의 정체성이 이념에 의해 결정됐지만 현재는 문명과 종교가 그 정체성을 형성하고 있다. 이로 인해 억압받던 문명 간의 대립이 다시 표면화되고 있다.
오늘날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전쟁은 중동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그 참화가 계속되고 있다. 서구 기독교권과 중동 이슬람권의 갈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서구는 오만하다는 평가를 받고, 이슬람은 편협하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전쟁과 테러는 문명과 체제의 우위를 지키기 위한 수단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 없듯이 폭력도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9·11테러 같은 비극은 이를 여실히 증명한다.
한반도의 안보 상황도 최근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격랑에 휩싸이고 있다. 북한의 군사적 도발 위협과 남한에 대한 적국 규정,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전선 투입 문제는 긴장을 더욱 고조시킨다. ‘전쟁이 일어날 것인가’라는 질문은 우리의 일상에서 불안으로 자리 잡고 있다.
폭탄과 비명에 질린 아이들의 눈빛은 중동만의 문제가 아니다. 역사적으로 우리는 수많은 외침을 겪어 왔고 남북 간 대립은 여전히 일촉즉발의 상황이다. 북한의 행동은 단순한 군사적 대결을 넘어서는 복합적인 국제 및 내부 요인이 얽힌 결과다.
미국은 북한의 핵 개발을 저지하기 위해 제재를 강화하고 있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과의 전략적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한반도 문제는 단순히 남북 간의 문제가 아니다. 세계 정치의 흐름에 따라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북한의 장사정포와 특수부대는 언제든지 위협이 될 수 있으며 이에 대한 단순한 군사적 대응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북한은 올해도 12회의 미사일 발사와 30회의 오물풍선 살포로 긴장을 더욱 고조시키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한반도의 피해는 불가피할 것이다.
전쟁에 대해 논하는 이들은 많지만 그 참혹함을 직접 겪어본 사람은 드물다. 우리는 더 이상의 분열을 멈추고 서로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현재의 정치적 상황은 매우 어수선하지만 전쟁의 불안을 제거하고 자유롭고 평화로운 일상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 공통의 안보 이익을 위한 접근이 필요하다. 서로를 적으로 간주한다면 안보와 평화는 더욱 멀어질 것이다.
상호 신뢰를 구축하고 안보 체제를 강화해 전쟁의 불가피성을 줄여야 한다. 테러와 핵 같은 대량살상무기 문제는 정치적 이념과 무관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다. 외교는 현실적이고 전략적이어야 하며 군사 행동에 앞서 철저한 안보 외교가 선행돼야 한다. 북핵 문제와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은 국가 안보의 중대한 시험대다. 전쟁을 부추기는 무책임한 언사를 멈추고 화합과 평화라는 정반합이 이뤄져야 한다. 평화 없이는 국가도 존재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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