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면서] 책이 있는 곳으로 가을여행 떠나자

독서의 계절 ‘가을’... 1년 중 책 판매량 저조
동네 도서관 방문하거나 책방순례코스 체험
지식습득↑ 스트레스↓... 정신건강 강화효과

image
오선경 성공독서코칭센터 대표

기상청이 발표한 ‘2024년 여름철(6~8월) 기후분석 결과’에 따르면 열대야일수가 20.2일로 역대 1위를 기록했고 전국 폭염일수도 역대 3위로 24일에 달했다. 전국적으로 맹위를 떨친 폭염 때문에 올해는 홈캉스로 여름을 나는 사람들도 많았다.

 

보통의 여름나기였다면 가족이나 친구들과 산과 들, 바다와 계곡 등 시원한 곳으로 떠나거나 해외여행 등으로 휴가를 보냈겠으나 올해는 어디든 숨 막히는 더위뿐이니 아예 바깥으로 나가지 않고 집에 있는 게 더 편안한 쉼이라는 이유에서다.

 

휴가 비용으로 집에서 에어컨 시원하게 틀어 놓고 OTT 플랫폼으로 미뤄 뒀던 영화를 보거나 멀지 않은 곳으로 한나절 나들이를 다녀오며 맛있는 음식점을 방문하는 게 더 가성비와 가심비 있는 여름휴가라는 데 고개가 끄덕여졌다.

 

많은 이들의 휴가 패턴까지 바꿔 놓을 정도로 지독했던 더위가 가을 중후반까지도 이어져 한낮에 반소매 차림의 사람들도 심심치 않게 보일 정도였다. 하지만 계절의 시계가 거꾸로 돌아갈 리 없으니 결국 선선한 바람이 불어 왔고 이제야 어딜 가든 답답하지 않을 가을이 시작됐다.

 

가을을 수식하는 표현 중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는 말이 있다. 실제로 사람들이 가을에 책을 많이 읽을까. 계절별 독서량이 통계치로 나온 건 없다. 다만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출판유통통합전산망의 판매량 통계로 추측해 볼 수는 있다. 2022~2023년 데이터 결과를 보면 가을에 오히려 판매량이 줄어든다.

 

가을에 책이 더 안 팔린다는 것은 책을 그만큼 안 읽는다는 의미로 연결할 수 있다. 가을이 독서의 계절이라는 말도 책이 너무 안 팔리니 책을 사서 읽게 하려고 관련 업계에서 만든 말이라는 설이 있을 정도다.

 

너무 덥지도 춥지도 않으니 책 읽기에 더없이 좋을 것 같지만 그런 이유로 더 책을 안 읽게 된다. 날씨가 너무 좋기 때문이다. 두 뺨과 코끝을 스치는 선선한 바람, 높고 푸르른 하늘, 청명한 공기, 아직 남아 있는 녹음과 알록달록한 단풍이 서로 조화를 이뤄 눈을 즐겁게 하고 발을 들썩이게 하는데 책 읽을 여유가 있을 리 있겠나.

 

지구의 여름은 너무 뜨거워지고 겨울 이상 한파 현상도 잦아지고 있다. 여름과 겨울이 차지하는 기간도 점점 길어지고 있단다. 사계절이 뚜렷했던 우리나라도 가을이 머무는 시간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

 

이 아름다운 계절을 즐길 시간이 충분하지 않기에 바깥으로 나가 가을을 만나고자 하는 마음이 더 간절해질 법도 하다. 그렇다고 책과 데면데면하게 지내는 걸 그냥 두고 보기엔 뭔가 마음이 편치 않다.

 

가을도 즐기고 책과 친해질 방법은 없을까. 없는 게 없는 대한민국인데 왜 없겠는가. 찾아 보면 다 있다. 가장 실천하기 쉬운 건 동네 한 바퀴 가을 산책을 하면서 걸어 가까운 동네 도서관이나 동네 책방을 방문하는 것이다. 차비가 들지 않고 걷기를 통한 일상 속 건강을 챙기면서 마음에 드는 책을 데려와 읽으면 지식정보가 늘어나고 스트레스도 줄어드니 정신 건강 측면도 강화된다. 여러 면에서 이득이고 부담스럽지도 않다. 책 공간을 찾아 한나절 가을 나들이를 떠나도 좋겠다.

 

서울이나 인천, 제주도에서는 지역 내 지역서점이나 독립서점 등을 서로 연결한 서점 지도가 있다. 책방 순례 코스에 따라 길을 걸으며 가을을 느끼고 책 공간을 살피고 새로운 책과 만나보는 건 어떨까. 독립책방 성격의 소규모 서점의 경우 각자 자기만의 특성을 반영해 공간을 꾸미거나 책 큐레이션을 해놓기 때문에 여러 책 공간을 다채롭게 경험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여름 내내 더위로 휴가를 미뤄 뒀다면 책과 함께 인생 추억을 쌓을 수 있는 곳으로 가을 책 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좋겠다. 순천이나 원주 등 그림책을 테마로 한 전시관 등 문화 공간을 찾거나 책과 인쇄 관련 공간을 꾸며 놓은 삼례책마을이나 고창의 책마을해리, 괴산의 숲속작은책방이나 강화도의 바람숲그림책도서관 등의 북스테이도 추천할 만하다. 11월 말에 부산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부산국제아동도서전을 여행 코스 안에 포함해도 좋겠다.

 

2009년 영국의 서식스대에서는 6분간의 독서만으로도 스트레스지수가 68%나 감소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더 추워지기 전에 가을도 즐기고 스트레스도 해소할 겸 책이 있는 공간을 찾아 여행하고 책도 읽으면 좋겠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