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위기를 넘는 ‘교토삼굴’의 지혜

박기철 평택대 중국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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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와 고금리로 인해 소비와 투자가 위축되고 가계부채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금융 불안이 가중되고 있으며 청년실업과 일자리 부족 문제는 사회적 불안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 정치인들은 자신의 이익에 급급해 국민을 외면하고 있고 오히려 지역 간, 이념 간, 세대 간의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미중 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한국 외교의 자율성이 시험대에 올랐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대선에서 재당선되면서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정책이 부활하고 있다. 과거 트럼프 행정부는 방위비 분담금 증액 같은 요구로 한국에 압박을 가했고 이는 한미 동맹의 신뢰를 약화시키고 외교적 부담을 가중시킨 바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을 억제하기 위해 첨단 산업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한국의 적극적인 참여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 이미 ‘칩4 동맹’을 강요받고 있고 이는 여전히 무역에서 중요한 파트너인 중국과의 관계에서 긴장을 초래할 수 있다. 여기에 북-러의 군사적 동맹은 한반도의 불안정성을 가속화하고 있으며 한국 외교의 자율성을 약화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처럼 복합적인 위기 상황에서 ‘영리한 토끼는 세 개의 굴을 파 둔다’는 교토삼굴(狡兎三窟)의 지혜는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제공한다. 그 요지는 위기에 대해 다각적인 대비책과 대안을 통해 생존과 성장을 모색하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첫째, 우리 경제의 안정성을 회복하기 위해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고 소비와 투자 활성화를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첨단 산업 육성과 함께 중소기업과 전통 제조업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일자리 창출이 필요하며 복지 확대와 안전망 강화를 통해 사회적 약자들을 지원하고 양극화를 완화해야 한다.

 

둘째, 정치권은 내부 갈등을 멈추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협력적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 투명한 정책을 통해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문제 해결 능력을 증명하고 단기적 이익보다는 장기적인 국가 발전 비전을 우선시해야 한다. 이를 통해 사회적 통합과 국민적 협력을 이끌어내야 한다.

 

셋째, 외교적으로는 미중 간 균형을 유지하면서도 자율성을 확보해야 한다.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하되 국익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한다. 동시에 중국과의 경제 협력을 지속적으로 조율하며 동아시아 국가들과의 협력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다자 간 외교와 중견국 외교를 통해 다양한 외교적 옵션을 마련함으로써 국제적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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