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에도 끄떡없었는데, 첫눈에 이게 웬 날벼락인지 모르겠네요.”
28일 오전 10시께 인천 남동구 화훼단지. 밤새 내린 눈으로 곳곳에 비닐하우스 입구 간판부터 지붕까지 모두 무너져내렸다. 무너진 비닐하우스 안에는 골조를 이루던 철제 파이프는 엿가락마냥 휘어져 있고, 짓눌린 화분들이 널려 있다.
인근 다른 비닐하우스는 비닐이 찢어지면서 눈이 쏟아진 탓에 마치 포탄을 맞은 듯 처참하다. 창문이 박살 나면서 깨진 유리가 곳곳에 널려 있고, 화분은 대부분 바닥에 떨어져 깨져 있다. 출하를 앞둔 꽃들도 꽃대가 부러져 사실상 쓰레기로 전락했다.
인근 꽃집 상인 김태경씨(55)는 “눈이 많이 온다길래 비닐하우스 지붕 위에 올라가 밤새 눈을 치운 덕분에 무너지지 않았다”며 “새벽에 ‘우지끈’하는 소리가 많이 들리던데, 아침에 보니 무너진 소리”라고 말했다.
또 출근길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기도 했다. 이날 오전 8시30분께 연수구 수인분당선 원인재역 수원 방향 승강장에는 시민들의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서기도 했다. 밤새 내린 눈으로 전철 운행이 차질을 빚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만난 차준혁씨(24)는 “수업 들으러 가야 하는데, 믿었던 전철이 늦게 와 지각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이날 오후 1시42분께 연수구 송도동 한 실외골프연습장 철제 그물망이 밤새 쌓인 눈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지기도 했다. 또 앞서 중구 항동에서는 컨테이너 지붕이 무너졌고, 미추홀구의 한 건물 지붕이 무너져 주차한 차량을 덮치기도 했다.
인천에 지난 27일부터 내린 눈폭탄에 비닐하우스와 골프연습장 그물 붕괴 등 피해가 잇따랐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기준 눈과 강풍 등으로 인해 가로수가 쓰러지면서 동시에 전선이 함께 늘어지는 등 모두 298건의 피해 신고를 접수해 현장 출동했다.
인천은 지난 27일 자정부터 이날 오전 11시까지 누적 적설량이 부평구 26.3㎝, 중구 26㎝, 연수구 23.4㎝ 등에 이른다. 소방 당국 등은 더욱이 수증기를 머금은 습설이라 비닐하우스 붕괴 등의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소방 당국 관계자는 “이번 폭설로 인한 인천의 정확한 피해 규모를 확인하는데 조금 시간이 걸린다”며 “대부분 구조물 및 나무 등이 무너졌고, 다행히 인명피해를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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