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오디세이] 문예지 발간의 어려움

고광식 시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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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지는 발간하기도 어렵고 발간 이후 지속하기도 어렵다. 그 이유는 기획 능력과 특별한 사명감 그리고 경제적인 문제 때문이다. 이 중에서 경제적인 문제가 가장 클 것이다. 문예지를 발간하는 데는 청탁한 원고에 대한 고료가 가장 많이 들어간다. 고료가 없으면 좋은 필자에게 원고를 청탁하지 못한다. 최근 폐간 또는 휴간에 들어간 문학사상과 시인수첩 같은 수준 높은 문예지도 여럿 있다. 과거에는 우리 문단을 대표하는 10대 문예지가 있었다. 10대 문예지들은 어느 곳이든 각자 개성 있는 문학적 담론을 생산해 냈다. 순수 문예지가 폐간 또는 휴간하는 것은 한국 문학 발전에 장애로 작용한다.

 

필자가 작가들에게 자주 듣는 질문이 포엠피플 발간 비용을 어떻게 마련하느냐는 것이다. 발간 비용은 우선 인천시인협회 회원들의 연회비에서 나온다. 인천시인협회는 가입할 때 심의위원회에서 작품 심의를 한다. 심의에 탈락하는 분이 많다. 그 대신 가입하면 시인으로 성장할 다양한 기회를 제공한다. 포엠피플은 시와 비평 전문지이므로 시 발표뿐만 아니라 평론가로부터 평가받을 기회를 수시로 준다. 회원 수가 많지 않고 연회비가 다른 단체보다는 조금 더 많다. 연회비로 한 호 발간이 가능하다. 포엠피플은 과거의 문학과 대화하고 현재의 문학을 성찰한다. 그리고 한국 문학의 미래를 짚어보는 담론을 다양한 특집을 통해 생산한다. 인천시인협회 회원들은 포엠피플과 동반 성장하고 있다.

 

다음으로 문화재단의 기금을 지원받는다. 포엠피플은 인천에서 발행하는 문예지이기 때문에 인천문화재단에 기금을 신청한다. 올해는 문화재단으로부터 동인지와 동일한 금액을 지원받았다. 문예지와 동인지는 분명 차이가 있다. 문예지는 수많은 외부 필자가 참여하고 동인지는 동인들만 참여한다. 따라서 발간 비용만 호당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동인지는 1년에 한 번 펴내는 연간지이고 포엠피플은 반년간지에서 계간지를 목표로 하는 전문 문예지다. 이에 부당함을 느낀 필자는 인천문화재단에 한국문화예술위원회처럼 호당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호당 지원이 어려우면 동인지와 차등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학판이 변하는데 문화재단이 변하지 않으면 문학 발전은 어렵게 된다.

 

포엠피플을 지속적으로 발간할 수 있는 것은 선경산업으로부터 후원을 받기 때문이다. 선경산업은 호마다 포엠피플 표4에 광고를 싣는다. 문예지는 광고효과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광고로 후원해 주는 것이다. 이 기업은 우리뿐만 아니라 문학상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선경산업은 문학에 대한 후원이 선구적이고 적극적이다. 글로벌 시대 문학의 발전은 제조업 분야의 상품 판매에 영향을 미친다. 예술과 문학의 부가가치가 상품에 얹히기 때문이다. 정부와 기업의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

 

포엠피플은 10대 문예지를 목표로 한다. 인천시인협회가 시와 비평 전문지 포엠피플을 발간할 수 있는 것은 회원과 문화재단 기금 그리고 선경산업의 후원 때문이다. 순수 문예지인 포엠피플을 지속적으로 발간하려면 문화재단의 현실성 있는 기금 지원이 절실하다. 작가들은 문예지에 작품을 발표하며 성장한다. 한강은 노벨 문학상을 수상해 K-문학을 세계의 중심으로 만들었다. 제2의 한강을 찾기 위해 포엠피플은 매년 신인을 탄생시키며 문학의 저변을 확장하고 있다. 한 권의 좋은 문예지가 작가들에게 주는 영향은 실로 막대하다. 이것이 어려움을 딛고 포엠피플을 발간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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