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후 회복 기대했지만... 4일까지 국가애도기간 지정 연말연시 특수 실종에 ‘한숨’
지난달 31일 오후 7시께 안양시 동안구 호계동 범계로데오거리. 연말연시면 매번 북적이는 사람들로 발디딜 틈 없던 이곳은 손님 1명 없이 한산하다 못해 적막감마저 느껴졌다. 인근을 둘러봤지만 이곳 식당가 10곳 중 4곳이 손님 한 명 없이 텅텅 비어 있는 모습이었다.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 중인 김지호씨(가명·20대)는 “저희는 다른 곳에 비해 장사가 잘되는 매장인데도 불구하고 최근 들어 한달 매출이 200~300만원 감소했다”며 “이 시국에 송년회를 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인식이 강해 이미 잡혀있던 예약도 줄취소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1일 낮 12시께 수원특례시 장안구의 한 식당도 상황은 마찬가지. 시국이 시국인지라 가게 문을 열지 말지 고민하던 한정숙씨(50대)가 장고 끝에 결심하고 이른 아침부터 음식 마련을 위해 분주히 움직인 노력이 물거품이 됐다.
가게 문을 연 지 3시간이 훌쩍 지났지만 아침부터 손님들의 주문소리 대신 TV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소리가 식당 내부에 맴돌았고 미리 준비한 밑반찬들은 차갑게 식어가고 있었다.
한씨는 “국가애도기간 때문인지 이번 연말연시 단체 손님 예약은 단 한 건도 없었다”며 “연말인 어제도 오후 5시까지 손님이 한 명도 없었다”며 고개를 저었다.
무안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인해 선포된 국가애도기간이 계엄 사태 이후 연말연시 회복을 기대하던 지역 상권에 직격탄을 날리며 소상공인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이날 경기도 등에 따르면 정부는 무안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발생한 지난달 29일 밤부터 1월4일까지를 국가애도기간으로 지정했다.
국가애도기간은 세월호 참사, 이태원 참사 등 대규모 인명 사고가 발생했을 때 지정된다. 이 기간 동안 축제, 지자체 행사, 모임 등은 자제되는 분위기가 형성된다.
앞서 지난달 3일 비상계엄 이후 수원특례시, 광명시, 시흥시, 광주시 등을 비롯한 각 지자체 장들은 지역상권 활성화를 위해 주변 식당 이용 권장, 취소했던 연말 회식 재개 추진 등을 당부했다.
하지만 계엄 사태 이후 국가애도기간이 선포되자 송년회, 연말연초 행사 등이 잇따라 취소, 각 지자체들의 노력에도 소상공인들이 변화를 체감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이홍주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비상계엄에 이어 국가애도기간으로 자연스럽게 소비심리가 위축될 수밖에 없는 것 같다”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에 대한 미안한 마음과 죄스러운 마음들이 있기 때문에 이로 인한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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