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장 스님·해인사 승가대학 학감
2024년이 떠나가고 2025년이 다가왔다. 우리는 그 시간을 보낸 적이 없으나 시간은 그렇게 우리 곁을 떠나고 또 다른 이름으로 성큼 다가왔다. 그리고 이 시간은 이제 설렘과 두려움이 공존하는 순간순간을 선물할 것이다.
우리는 살아가며 수많은 시간을 보내고 맞이한다. 그러나 이 시간은 그 찰나뿐이다. 불교에서는 시간에 대해 ‘찰나생(刹那生) 찰나멸(刹那滅)’이라는 가르침을 설한다. 매 순간이 새롭게 다가오고 지나간 순간은 두 번 다시 되돌아오지 않는다는 의미로 지금을 사는 우리가 이 순간을 간절하게 대하고 어떤 미련도 후회도 없이 적극적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우리는 매일의 시간을 지극히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 이 시간이 지나도 다른 시간이 찾아올 것이고 항상 그렇게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연말과 새해를 대할 때면 시간의 무서움을 여실히 느낀다. 얼마 전 새해라고 기뻐하고 설레던 것 같지만 돌아보면 눈앞에 연말이 다가와 있다. 분명 하루하루가 너무나 길고 지루하기까지 했건만 1년이라는 긴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간 것이다. 그리고 사라진 시간 속에는 수많은 아쉬움과 미련 등이 뒤섞여 있다. 이러한 찰나의 시간을 이제 더 이상 놓치면 안 된다. 시간은 잡을 수 없지만 놓쳐서도 안 된다. 이 시간이 지나가 버리면 절대 되돌릴 수 없다. ‘지나간 1초는 1억의 가치보다 크다’는 말과 같이 어떤 재물로도 환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 산다. 어떻게 살아야 행복할까. 언제쯤 행복해질까. 이 물음의 대답은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 내가 행복한 일을 하고, 지금 내가 행복한 마음을 갖고, 지금 내가 행복하게 살아야만 그 ‘행복’이 생겨나는 것이다. 즉, 행복의 완성은 다른 무언가에 의한 것이 아니라 지금을 사는 여러분이, 제가, 우리가 행복할 때 이뤄지는 것이다. 때때로 특별한 이벤트나 선물 등으로 행복을 느끼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그것은 그 특별한 순간만의 행복이며 기쁨이다. 오래 지속되고 항상 하는 행복은 일상 속에 있어야 한다.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우리의 마음과 주변이 그 행복의 토대가 돼 줘야 지금 웃을 수 있고, 어제가 추억되고, 내일이 기대되는 것이다.
‘평상심시도(平常心是道)’라는 가르침은 특별한 삶을 꿈꾸는 것이 아니라 잔잔하며 평안한 매일을 사는 것이야말로 참된 깨달음의 삶이며 그 안의 모든 것이 행복으로 느껴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평상심의 마음을 지니고 산다면 ‘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의 매일이 행복한(좋은) 날이 된다. 특별한 재물이나 시간이 아닌 지금 이 순간을 사는 우리가 행복할 때 모든 것이 그처럼 변해 우리와 함께 지금을 살아갈 것이다.
지금 환히 웃는 그대의 미소가 세상을 밝히고 그 빛은 모든 인연에게 이어져 다시 우리에게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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