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아침] 山에게

새해엔 산이 마을로 내려와

어슬렁어슬렁 다녔으면 좋겠다

산을 빤히 바라보고도

허리 아픈 이들이 많아서.

 

새해엔 산이 짐승들을 데리고 와

마을 사람들과 춤을 추면 좋겠다

신명 잃은 어깨쭉지들

어라, 덩더쿵 덩더쿵.

 

새해엔 산이 사람들 속으로 들어와

꽃이 됐으면 좋겠다

한 세상 살아내느라

지친 숨결들이 보기에도 딱해서.

 

새해엔 산이 하늘을 데리고 와

파도를 일으키면 좋겠다

다툼 없는 한 세상

새로운 노래로 일어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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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수천 시인

1976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

시집 ‘늙은 봄날’, ‘쓸쓸할수록 화려하게’ 등

동화집 ‘꺼벙이 억수’, ‘고래를 그리는 아이’ 등

초등 4-1 국어활동교과서에 동화 ‘할아버지와 보청기’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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