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일보, 전국 희귀질환자 실태조사 홍보 부족에 지원사업 모르거나 조건 미달·절차 복잡 치료 포기도… 소득 조건 완화·간소화 등 필요
고통의굴레 희귀질환, 그 후① 희귀질환 지원 첫걸음, 고통 희망으로 바꿀까
희귀질환자를 지원하기 위한 조례를 만들고도 수년간 별다른 사업을 하지 않던 경기도(경기일보 2024년 7월3일자 1·2·3면 등 연속보도)가 경기알파팀의 관련 보도 이후 전국 광역자치단체 최초로 희귀질환자 지원사업 예산을 확보했다. 희귀질환자들의 고통을 희망으로 바꾸고, 이들의 삶에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는 첫 걸음이 나온 만큼 경기알파팀은 (사)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와 함께 희귀질환자들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진행, 첫 지원의 발걸음이 향해야 할 방향을 살펴보고자 한다.
전국 희귀질환자 10명 중 3명은 정부로부터 어떠한 지원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희귀질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현행 지원사업의 문제점을 묻는 주관식 질문에 ‘홍보 부족’과 ‘복잡한 신청 절차’ 등이 대부분의 답변자에게서 공통적으로 나와 세심한 정책 마련이 절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경기알파팀이 지난해 12월26일부터 1월2일까지 전국 희귀질환자 227명(경기도민 10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희귀질환자 지원 사업을 위한 실태조사’를 분석한 결과 ‘정부에서 진행하는 지원사업(통칭 ‘의료비 지원사업’) 중 어떤 것을 지원받고 있는지’ 묻는 질문에 아무 지원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응답한 이는 66명에 달했다.
해당 문항은 중복 응답이 가능하도록 설정했고 ▲산정특례제도(응답자 중 97명 선택) ▲보조기기 구입 등 물품지원(41명) ▲특수 조제분유 및 저단백즉석밥 구입비 등 식이지원(22명) ▲간병비지원(20명) 등 현행 지원사업 모두를 나열한 질문에 기타 의견으로 ‘없다’고 답한 이가 10명 중 3명에 달한 셈이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 가장 눈 여겨볼 대목은 정부 지원사업의 문제점을 묻는 주관식 질문에 응답자들의 답변이 대동소이했다는 점이다.
‘정부 의료비 지원사업에서 개선이 필요한 부분과 지원이 필요한 다른 영역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 ‘지원 강화 등 개선’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74명에 달했다. 소득에 따라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소득이 있더라도 질환에 따라 지출하는 비용이 커 일괄적인 소득기준 적용이 지원 제외로 이어진다는 의견이 많았다. 현재 지원사업의 경우 기준 중위소득 140% 미만인 경우에만 신청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비급여 항목은 온전히 본인 부담이기 때문에 적극적인 치료를 망설인다거나, 약값이 비싼 반면 보험 적용은 받지 못해 치료를 포기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들은 또 신청 및 선정 절차가 까다롭다(57명)거나 현행 제도가 미흡해 추가적으로 지원 제도를 신설(44명)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 밖에도 홍보가 부족해 사업 내용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고 답한 희귀질환자도 42명이나 나왔다.
산정특례제도 개선에 대한 의견도 많았다. 여러 부위 증상이 있음에도 횟수가 제한돼 검사를 포기한다거나, 산정특례가 적용되는 진료과가 정해져 있어 연관이 있는 질병인데도 적용을 받지 못한다는 사례 등이 있었다.
특히 정부의 지원 사업에 대한 홍보가 부족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설문조사를 통해 정부에서 지원하는 사업에 대해서 알게 됐다고 답하기도 했다.
전문가 제언 “치료·생계비서 정서적 안정까지… 세심한 지원 절실”
“경기도가 희귀질환자 지원을 위한 첫 걸음을 걸은 만큼 환자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는 장이 마련되길 바랍니다.”
김재학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장은 경기도가 광역자치단체 최초로 희귀질환 지원사업 예산을 확보한 데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도 희귀질환자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의견을 취합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희귀질환은 말 그대로 ‘희귀’한 질병이기 때문에 각자 겪는 어려움이 다양하다”며 “희귀질환자 지원을 위한 첫걸음인 만큼 도내 희귀질환자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 의견을 청취하는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현재 정부의 희귀질환자 지원사업이 ‘의료비’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만큼 광역단체 차원의 지원은 보다 맞춤형 사업의 방향으로 가야한다고도 했다.
김 회장은 “희귀질환자들은 주기적으로 병원을 가야하기 때문에 의료비 지원이 가장 절실한 것은 맞지만, 치료를 받기 위해 드는 제반비용에 대한 지원은 한정적이어서 아쉬운 점이 많다”며 “서울에 있는 대학병원에 가기 위한 교통비와 숙박비, 자녀를 돌보기 위한 간병비, 경제 활동을 하지 못해 필요한 생계비 등 희귀질환자를 세심하게 지원할 사업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연합회에서도 교통비, 간병비, 생계비, 교육비 등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경쟁률이 상당하다. 지난해 교육비 지원 사업을 위해 20명을 뽑았는데, 120명이 지원했다”며 “후원금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더 많은 환자에게 기회가 가지 못해 안타까웠는데, 경기도가 함께 한다면 더 많은 이들에게 희망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희귀질환자와 가족을 위한 심리·정서적 지원의 필요성도 강조헸다. 희귀질환의 80%가 유전자 변이로 인한 유전질환이며 환자 50%가 소아라 가족 돌봄이 필수적인데, 이로 인해 생긴 경제적 빈곤과 우울감, 불안감 등 심리적 어려움을 돌볼 프로그램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김 회장은 경기도에 희귀질환자를 위한 재활센터가 필요하다는 제안도 내놨다. 그는 “희귀질환자들은 치료제가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평생 재활 치료를 받으며 살아간다”며 “하지만 병원에서 재활 치료를 받는 것은 경제적으로 부담이 크고, 장애인으로 등록받지 못한 희귀질환자들의 경우 장애인을 위한 재활 시설을 이용하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경기도에 희귀질환자가 가장 많은 만큼 이들을 위한 재활센터가 필요하다”며 “치료부터 정서적 안정까지 얻어갈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경기α팀
※ 경기α팀 : 경기알파팀은 그리스 문자의 처음을 나타내는 알파의 뜻처럼 최전방에서 이슈 속에 담긴 첫 번째 이야기를 전합니다.
이번 희귀질환자 실태조사는 (사)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의 도움을 받아 지난해 12월26일부터 1월2일까지 8일간 연합회 소속 전국 희귀질환자를 대상으로 온라인 링크를 공유하는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이 중 희귀질환자 227명(남자 88명, 여자 139명·중복답변 가능)의 응답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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