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금보장·고수익 창출 미끼, HTS 이용… 피해자 1만명 육박 고래협력프로젝트 사기 수법과 유사... 警 “10월까지 특별단속”
‘고수익 보장, 원금보장’ 등의 문구로 사람들의 유인해 투자금을 편취하는 투자리딩방 사기 피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특히 본보의 ‘고래협력프로젝트’ 연속보도 이후 투자리딩방 사기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져 가고 있다. 이에 투자리딩방 범죄에 대해 집중 분석해 보고 피해를 최소화 하기 위한 길을 찾아본다. 편집자주
고수익의 덫 투자리딩방 주의보 上 피해 눈덩이
경찰이 지난 2023년부터 ‘투자리딩방 불법행위 특별단속’을 실시하고 있는 가운데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는 약 1만여명, 피해금액은 8천억원 이상인 것으로 드러났다.
10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2023년 9월부터 투자리딩방 불법행위 특별단속을 벌이고 있으며, 지난해 말까지 특별단속을 통해 확인된 투자리딩방 불법행위 피해자는 9천556명, 피해금액은 8천370억원 규모다.
현재 경찰이 특별단속 중인 투자리딩방 범죄는 원금보장, 고수익 창출을 내걸고 피해자에게 접근하고 있으며 거짓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이용해 피해자를 기만하는 등 고래협력프로젝트와 유사한 수법의 범행 방식을 나타내고 있다.
일례로 지난해 1월부터 7월까지 피해자 38명으로부터 약 29억원을 편취한 일당의 경우, 유명 국제투자자문사 직원을 사칭하면서 피해자들에게 접근했다. 이들은 “종목 및 매매시점을 추천해주겠다”며 가짜 HTS에 투자금을 입금하도록 유도한 뒤 투자금을 빼돌렸다. 이들 일당이 속한 조직은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활동 중이며 총 책임자는 중국인 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이처럼 기승을 부리고 있는 투자리딩방 사기 범죄를 2022년 말부터 인식했으며 투자리딩방 사기 범죄의 심각성을 고려, 2023년 초부터는 ‘민생침해 금융범죄’ 집중단속 계획에 포함해 단속해왔다. 이후 2023년 9월25일에는 범죄 증가추세와 피해규모 등을 고려해 별도의 단속유형으로 설정하고 특별단속을 실시해 대대적인 검거에 나서고 있다.
특별단속은 올해 10월31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며 특별단속을 통해 전국 경찰서에 나뉘어 접수된 사건들은 경찰청에서 직접 분석하거나 집중수사를 지휘한다.
경찰 관계자는 “모르는 사람이 전화, 문자, SNS로 투자를 권유하는 것은 무조건 의심해야 한다”며 “원금보장, 고수익을 내세우는 것은 피해자의 어려운 경제 상황을 악용하는 전형적인 수법으로 무조건 안전한 투자는 없다”고 당부했다.
캄보디아·골든트라이앵글 조직 국내 진출로 투자리딩방 범죄 급증
이 같은 투자리딩방 범죄가 최근 급증하는 원인을 분석해 보면, 우선 환경적 요인으로 캄보디아와 골든트라이앵글(태국, 미얀마, 라오스 국경지대)에 소재한 범죄조직들이 투자리딩방 사기 등 사이버 범죄로 진출한 점이 꼽힌다.
태국, 미얀마, 라오스 국경지대에 위치한 골든트라이앵글은 과거 아편과 메스암페타민 등을 생산하는 세계적 마약생산기지로 알려져 있으며 이외에도 불법 카지노와 도박 등으로 수익을 올렸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 현지 당국들이 방역 등을 이유로 이들 조직에 대한 규제를 가하면서 카지노 등의 수익이 줄어들자 해당 조직들이 불법리딩방 등 범죄로 눈을 돌렸다는 것.
경찰은 이들 조직들이 투자리딩방 등 관련 범죄가 돈이 될 것으로 판단해 다양한 시나리오와 범죄에 사용할 프로그램 등을 개발해 범행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 같은 범죄피해는 한국만이 아니라 전세계적인 현상으로 캄보디아와 골든트라이앵글에 자리 잡은 이들 조직들은 한국을 포함한 주요 선진국을 대상으로 범행을 저지르고 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해당 조직들에는 콜센터 상담원, 번역인력 등으로 한국인들이 범행에 가담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조직 총책의 정체는 베일에 싸여있다. 정체불명의 국제적인 범죄조직이 투자리딩방 범죄의 배후인 셈이다.
또 범죄조직들이 위치한 해당 국가에서는 한국의 사법권이 적용되는 것이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현지 경찰의 협조가 있어야만 이들 조직의 검거가 가능해 근절하기 어려운 것도 피해가 늘어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해당 조직들은 그동안의 범죄 경험으로 자금세탁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며 가상자산, 카지노 등을 통해 범죄수익금을 세탁해 추적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급변하는 사회상에 따라 범죄도 진화
투자리딩방 범죄가 대두하는 현상에 대해 수사기관에서는 스마트폰만으로도 범죄가 가능해지면서 범행이 글로벌화되고 범죄의 트렌드와 환경 자체가 변화한 것으로 평가했다.
이에 신종범죄로 분류되는 투자리딩방 사기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법과 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김대근 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전통적인 사기 범죄에 맞춘 법과 제도가 아닌 투자리딩방 범죄와 같이 불특정 다수에게 광범위한 피해를 야기하는 다중 사기 대한 법과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며 “사기 범죄의 직접 수사기관이 경찰로 바뀐 만큼 별도의 조직을 갖추는 등 경찰이 사기 범죄에 대해서 좀 더 적극적인 대응 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회구조적으로는 어려워진 경제상황과 경제적으로 큰 이익을 좇는 사회분위기도 이 같은 범죄 급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나온다.
송효종 고려대학교 사회학과 부교수(범죄사회학 전공)는 “투자리딩방 범죄를 포함한 재산범죄는 어려워진 경제사정이 원인이 될 수 있다”며 “사회적 분위기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경제적 이득을 위해서는 어떤 일이라도 할 수 있다는 분위기나, 다른 사람들의 피해를 신경 쓰지 않고 나만 돈 벌면 된다는 신념들로 인해 더욱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어 “특히 이제 우리나라에서 좀 더 돈을 추종하는 분위기가 팽배한 것 같고,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 부족한 사회 보장 시스템 등의 부족도 범죄로 이어지는 강력한 동기가 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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