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승 수원아동보호전문기관장
“아동학대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아동학대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4만6천103건, 2023년 4만8천522건에 달했으며 2024년 5만건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모든 신고 건수가 아동학대로 판단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신고 건수 중 50~60%만이 아동학대로 판단돼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사례 관리를 통해 지원을 받는다.
흥미롭게도 출산율이 매년 감소하고 있음에도 아동학대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두 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하나는 학대받는 아동 수가 실제로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아동학대의 심각성이 더욱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반면 긍정적인 해석으로는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민감도가 높아지면서 신고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실제로 신고자의 유형을 보면 신고의무자나 주변인의 신고보다 아동 본인이나 보호자가 직접 신고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아동권리와 학대예방교육이 학교 및 지역사회를 통해 꾸준히 이뤄진 결과로 교육적 효과를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아동학대는 가까운 곳에 있다.” 아동학대 행위자의 85% 이상이 부모이며 95% 이상이 보호자로 나타난다. 이는 아이를 양육하고 보호해야 할 책임을 지닌 주양육자로부터 학대가 발생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아동보호는 아동의 권리이자 보호자의 책무’라는 당연한 명제에도 불구하고 오랜 기간 가정 내에서는 훈육과 체벌이라는 명분으로 아동의 권리가 침해돼 왔다.
2021년 이른바 ‘징계권’이 폐지됐음에도 여전히 많은 보호자들이 훈육 과정에서 아동학대로 이어질 수 있는 행동을 하고 있다. 가정 내 아동학대에 대한 인식 개선은 단기간에 이뤄지기 어려우며 완전한 변화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가장 필요한 것은 지속적인 부모교육.” 아동교육은 이미 교육부와 보건복지부의 필수교육으로 자리 잡았으며 지역단체에서도 ‘아동의 권리는 스스로 지켜요’, ‘우리 몸은 소중해요’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아동권리와 안전교육이 유아 단계부터 강조되고 있다. 하지만 부모교육은 상대적으로 미흡하다. 부모가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교육 시스템이 체계적으로 마련되지 않아 한계가 크다. 성인의 인식 개선은 아동과 달리 기존의 경험과 학습으로 형성된 사고방식 때문에 변화가 어렵고 시간이 걸린다. 이를 위해서는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부모교육의 장을 더욱 확대하고 의무교육으로 제도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완벽한 부모는 없지만 건강한 부모가 되기 위한 노력은 필수적이다. 자녀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간섭이 아닌 사랑으로 전달될 때까지 부모로서의 역할과 의무를 다하기 위해 우리는 끊임없이 배우고 성장해야 한다. 아동학대는 단순히 특정 가정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 전체가 함께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다. 우리의 관심과 노력이 더해질 때 아이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될 것이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