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이다. 사람마다 상황이 다르지만 날씨만 놓고 본다면 여행하기에 좋은 시절이 다시 찾아왔다. 여행, 듣기만 해도 가슴이 설레는 단어가 아닐 수 없다. 누구나 더 많이, 더 자주, 더 좋은 곳으로의 여행을 꿈꾸며 살아간다.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도 그러하며, 미래에도 여행은 우리에게 그런 존재일 것이다.
여행은 일상의 공간을 벗어나 새로운 문화를 경험하며 자기 자신과 타인에 대한 이해를 넓혀가는 과정이다. 여행이 주는 편익은 오랜 기간 다양하게 증명돼 왔으며 특히 청년 세대의 여행은 각자의 인생에 큰 전환점을 제공하는 계기가 된다. 과거 유럽의 그랜드투어나 신라 화랑의 풍류도는 청년 세대들의 여행이 자아 발견과 성장에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지난해 5월, 스카이스캐너가 Z세대 1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기사를 보니 응답자의 약 61%는 이미 부모 없이 해외여행을 경험했으며 대부분 19~21세에 첫 해외여행을 경험한다고 한다. 이들은 ‘새로운 경험과 정신적 충전을 위해, 덜 알려진 여행지보다는 인기 여행지로 떠나고, 스스로 여행경비를 마련해 저렴한 상품을 이용하는 등 가성비를 중요시’한다고 한다. 과거에 비해 젊은 세대의 해외여행에 대한 인식, 접근성, 편의성 등이 얼마나 개선됐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지점이고, 이들의 여행 경험이 그들의 인생에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이렇게 해외여행이 보편화된 시대에 부정적인 영향도 적지 않다. 여행 경험 자체가 문화 자본화돼 해외여행 경험 유무가 또 하나의 스펙처럼 활용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다른 이들의 해외여행 사진을 보며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경우도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엔은 매년 3월20일, ‘국제 행복의 날’에 ‘세계행복보고서’를 발표하는데 작년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행복 수준은 전 세계 143개국 중 52위로 여전히 낮은 수준이고 소득 수준에 따른 행복감의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상황과 별개로 ‘세계행복보고서’에 나타난 뚜렷한 현상 중 하나가 세계 젊은 세대의 행복감이 급격하게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연령대별 행복감 그래프가 대체로 ‘U’자 형태로 젊은 세대와 노년 세대의 행복감에 비해 중장년층의 행복감이 현저히 낮았다. 그러나 지금은 청년들의 행복감이 중장년보다 낮게 나타나고 있으며 유럽 및 미국 등에서는 이의 원인 중 하나를 SNS 이용률 증가로 보고 있다.
SNS엔 여행의 기록이 넘쳐난다. 멋진 리조트와 테마파크, 이색적인 자연경관, 여행지의 맛집과 카페를 배경으로 자신의 여행을 과시하는 콘텐츠도 쉽게 발견된다. 여행의 진짜 묘미와 가치는 그런 것에 국한되지 않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리고 그런 게시물을 보며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을 사람들도 생각하게 된다. 관광 취약 계층에 속한 장애인, 다문화 및 저소득 가정의 아이들이 그들이다. 과거에 비해 다양한 지원제도가 늘었다고 해도 더 세심한 관심이 여전히 필요하다.
여행을 경험해 본 사람들은 안다. 여행이 주는 위대함을. 그 위대함을 더 많은 청년 세대, 장애를 가진 이들도 경험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꼭 해외가 아니어도 우리 주변에 여행 가기에 좋은 곳이 얼마나 많은가. 학교에서부터 다양한 여행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생겨나고 더 쉽게 접근 가능한 정책과 지원사업이 만들어지길 기대한다. 이제부터 본격 여행의 계절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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