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종의 클로즈업] 공작인가, 양심인가

탄핵심판 주요 쟁점 곽종근 진술
‘양심선언 요구’ 지인 통화 녹취록
권력 남용·진실 왜곡 가능성 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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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종 호원대 명예교수·법학

대통령 탄핵 선고가 임박하면서 국론은 갈라지고 찬반 시위가 격화되고 있다. 그러나 이번 탄핵심판의 핵심은 단순히 대통령의 거취에만 있지 않다. 중요한 문제는 탄핵 절차가 헌법적 질서를 유지하고 법치주의를 지킬 수 있는지에 관한 것이다.

 

탄핵 절차는 헌법적 질서의 마지막 방어선이다. 따라서 이 과정에서 헌법재판소의 공정성과 신뢰성이 지켜져야 한다. 심판 선고 이후 정치적 견해에 따라 격화될 수 있는 국가적 혼란을 최소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진실을 직시하고 정치적 의도에 휘말리지 않는 것이다.

 

이번 탄핵심판에서 주요 쟁점 중 하나는 대통령 내란 혐의의 근거가 된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 사령관의 진술이다. 최근 공개된 지인과의 통화 녹취록에서 그는 ‘양심선언’을 요구받았다고 토로했다. 이는 단순한 정치적 갈등을 넘어 진실의 왜곡과 법치주의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불러일으킨다.

 

곽 전 사령관의 주장은 권력 남용과 진실 왜곡의 가능성을 시사하며 정치적 압박 속에서 개인의 양심이 어떻게 변질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 사건은 정치적 압력이 양심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경고하며 그로 인해 법치주의와 정치적 윤리가 얼마나 훼손될 수 있는지를 볼 수 있는 중요한 관점이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이 사건을 민주당의 탄핵 공작으로 보고 곽 전 사령관의 진술이 정치적 압박에 의해 왜곡됐다고 주장한다. 반면 민주당은 이를 대통령 탄핵의 정당성을 뒷받침하는 양심선언으로 해석하며 이를 통해 탄핵의 정당성을 확보하려 한다. 하지만 정치적 압박 속에서 나온 ‘양심’은 진실을 말하기보다는 정치적 목적에 맞게 왜곡될 위험이 크다.

 

중요한 점은 진술이나 고백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정치적 압박은 진실을 왜곡할 수 있으며 이는 법치주의와 민주주의의 근본을 위협할 수 있다. 진실은 철저한 검증과 수사를 통해 밝혀져야 한다. 그러나 정치적 공방이 격화되는 상황 속에서도 국민은 사건의 본질을 정확히 인식하고 변질될 수 있는 정치적 의도에 휘말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곽 전 사령관의 녹취록에서 주장한 내용이 사실이라면 그의 초기 진술은 명백한 범죄 행위에 해당한다. 이는 정치적 권력이 개인을 압박하고 진실을 왜곡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반대로 그 주장이 조작된 것이라면 이는 또 다른 형태의 권력 개입을 의미한다. 이 사건은 정치적 이해관계를 넘어 진실을 직시하는 것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탄핵심판의 본질은 재판관들이 정치적 이해관계를 넘어 진실을 직시하는 데 있다. 그들의 결정은 역사적 책임을 동반하는 어려운 선택이다. 이성이 결여된 판단이 내려진다면 그 결과는 국민적 불신만 초래할 것이다. 사상적 성향과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법적 절차와 기준에 따라 결정을 내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번 심판을 통해 국민 모두는 정치적 압박이 어떻게 양심을 변질시키고 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어떻게 위협받는지를 목도하게 될 것이다. 진실을 지키는 것이 법치의 방어선이며 그 방어선이 흔들릴 때 민주주의의 근본이 무너질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심판의 결과는 미래에 중요한 교훈을 남길 것이다.

 

결국 정치적 혼란 속에서 진실과 양심을 구분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을 설정해야 한다. 양심은 결코 정치적 의도에 의해 변질될 수 없다. 이 기준을 잃어버린다면 우리는 법치주의와 민주주의의 본질을 훼손하는 길로 접어들게 될 것이다. 진실은 정치적 게임의 희생양이 돼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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