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아동학대 선제적 대응 필요

조은승 수원아동보호전문기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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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를 비롯한 모든 위험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예방이다. 하지만 우리는 종종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한 후에야 전수조사 같은 사후적 대책이 이뤄지는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정부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2023년 장기결석아동 6천817명에 대한 전수조사 결과 59명에게서 아동학대 등의 이상 징후가 발견됐으며 이 중 20명은 범죄 정황이 포착돼 수사 의뢰됐다. 또 같은 해 출생미신고 아동 2천123명에 대한 조사에서는 1천25명의 생존이 확인됐지만 249명은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으며 814명은 현재 수사 중이다. 2021년에는 전국 아동복지시설 778곳을 전수조사한 결과 38개 시설에서 230건의 학대 의심 사례가 발견되기도 했다.

 

이처럼 아동학대 사건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를 때마다 정부는 전수조사 같은 조치로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후적 조치만으로는 아동을 보호하는 데 한계가 있다. 지역사회와 유관기관이 적극 협력해 사전에 아동학대 정황을 포착하고 예방하는 노력이 더욱 중요하다. 특히 아동학대가 가정 내에서 주로 발생하는 만큼 지역사회의 관심과 적극적인 개입이 필수적이다. 보육 및 교육기관 또한 장시간 아동을 보호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만큼 아동학대에 대한 민감성을 높이고 학대 징후를 조기에 발견하는 데 힘써야 한다.

 

이 같은 맥락에서 지역사회 내 선제적 대응체계를 마련해 학대 징후가 발견됐을 때 적시에 지원 서비스가 연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아동학대가 확인된 가정에 대한 서비스 제공뿐만 아니라 학대가 발생하기 전에 위기 아동과 가정을 조기에 발굴하고 지원하는 역할도 수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 사회복지법인 굿네이버스는 작년부터 전국 36개 아동보호전문기관과 함께 ‘GN 세이프 스타트’ 시범사업을 진행해 왔으며 올해는 2차 연도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한다. 정부 또한 지역 아동보호전문기관 및 지자체와 협력해 해당 사업이 성공적으로 안착하고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사업은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됐으나 학대로 판단되지 않았거나 긴급한 지원이 필요한 위기아동가정을 조기에 발굴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아동학대를 사전에 예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궁극적으로 아동보호체계가 단순한 사후 대책을 넘어 예방적 대응체계로 발전해야 하며 이를 위해 민관이 협력해 아동이 행복한 세상,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가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아동의 생명과 권리는 타협할 수 없는 가치다. 민관이 하나 돼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야 하며 그 과정에서 어떠한 노력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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