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경 작곡가·공연 연출가
정말 순식간이었다. 명령어 몇 글자(프롬프트)를 입력했을 뿐인데 대하드라마의 OST 같은 웅장한 음악이 완성됐다. 합창까지 더해져 말이다. 며칠 밤을 고민하며 곡을 쓰던 지난날이 잠시 허무하게 느껴졌다.
AI를 잘 활용해 인간의 창의성과 합작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이 최고의 상생 방안이라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이전에 AI의 데이터가 만들어진 과정과 그것을 활용하는 과정 그리고 그를 통해 만들어진 산출물 저변에 깔려 있는 저작권 이슈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시돼야 한다.
앞서 필자는 AI에 프롬프트를 입력해 음악 산출물을 얻었다고 했다. 이 경우 결과물의 저작권이 나에게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아니면 AI에게, 혹은 AI 개발자에게 그 권리가 있다고 봐야 할까.
원칙적으로 저작권이란 인간의 생각이나 감정이 표현된 창작물, 즉 저작물에 대한 권리로서 창작자에게 귀속하는 것이 원칙이며 저작인격권(공표권, 성명표시권, 동일성유지권)과 저작재산권(복제권, 공연권, 공중송신권, 전시권, 배포권, 대여권, 2차적 저작물 작성권)으로 구성돼 있다. 다시 말해 저작권이란 자연인, 즉 ‘인간’의 ‘창작물’에 대해 생겨나는 권리인 것이다. AI는 인간이 아니므로 현행 저작권법하에서 AI의 산출물에 대해서는 그 저작권을 논할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AI와 그것의 산출물에 대한 저작권에 대해 생각해 볼 여지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생성형 AI는 대규모 데이터셋에 기반한 딥러닝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데이터나 콘텐츠 등을 산출해낸다. AI의 학습에 있어 학습 데이터에 포함된 저작물을 무단으로 복제하거나 인터넷에 공개된 데이터를 무단으로 이용하는 경우 저작물에 대한 복제권 등의 침해 여부가 쟁점이 될 수 있다. 또 생성형 AI를 사용할 때 사용자의 프롬프트 입력에 따라 학습된 데이터가 AI 모델로부터 확률적으로 도출된 것이기에 그 산출물이 원저작물의 일부와 같거나 유사한 경우 저작권 쟁점이 발생할 수 있다. AI를 활용한 부분에 대한 명확한 표기 또한 중요한 지점이다.
프랑스에서 특별한 예시를 볼 수 있다. 바로 아이바(Aiva)라는 AI가 작곡한 곡이 영화 OST에 사용돼 프랑스 음악저작권협회에 작곡가 ‘아이바’로 등록된 것인데 이는 AI 작곡가로서 처음으로 산출물(창작물)에 대한 저작권을 인정받은 것이다. 이처럼 발전하는 기술에 따라 AI를 창작자로 인정하느냐와 인정 시 저작권은 누구에게 귀속되며 어떻게 보호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도 빠르게 진행돼야 할 것이다.
저작권법은 문화 콘텐츠 산업의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 존재한다. AI의 존재도 그러하리라 믿는다. 현행 저작권법이 가진 한계를 인지하고 사회적 정책, 법적인 재균형이 필요한 시점이다. 기술 발전에 따른 법제적, 제도적 재정립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새로운 기술과 예술의 융합적 창작 기반은 제대로 조성될 수 없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적 인식과 대중의 관심이 전제돼야 한다. 기술과 산업이 발전하기 이전에 제작 기반에 대한 정책, 제도적인 것들이 선결돼야 창작자들이 그들의 권리를 보호받으며 명확하게 AI와의 협업을 진행할 수 있다. 오늘날 창작자들의 권리를 지켜낼 우리의 관심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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