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실크로드, 지구 반바퀴] 약소국 ‘몽골’의 근세 역사를 생각하며

‘붉은 영웅’이란 뜻의 수도 울란바토르, 수흐바타르 장군 기리는 이름
몽골고원 끝없는 초원, 고비사막 넓은 광야... 야성·장엄미 멋진 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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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선 심산기념사업회장·前 관세청장

 

오후 테를지국립공원에서 편안하게 쉬고 있는데 행복한 뉴스가 전해져 일행 모두가 환호성을 질렀다.

 

일행이 울란바토르 자동차정비소를 전부 뒤져 중고 부품 터보를 구해 고장난 터보를 교체했다고 한다. 모두가 부품 교체에 환호했다.

 

오늘 저녁식사는 테를지국립공원 근처 식당에서 몽골 전통 요리 ‘후르헉’ 요리를 먹는다.

 

후르헉 요리는 양 한 마리를 분해해 커다란 양철통 속에 넣고 불에 달궈진 700~800도 뜨거운 돌을 양철통 속에 계속 넣어 익힌 몽골 전통요리다.

 

자동차 수리 소식에 모두가 귀한 한국 소주를 마시며 “가자! 이스탄불”을 합창한다.

 

이제는 몽골고원과 고비사막 통과에 걱정이 없어졌다.

 

점심으로 삼겹살에 이어 저녁에 양고기 후르헉을 먹게 되니 배가 불러 귀하게 준비한 후르헉 요리를 거의 남겼다.

 

숙소는 울란바토르 시내에 있다. 일본인이 운영하는 호텔이라 매우 깨끗하다.

 

오랜만에 밀린 빨래를 했다. 건조한 사막성기후라 속옷을 빨아 걸어 놓으면 금세 마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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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전통음식 ‘후르헉’ 파티 모습. 작가 제공

 

■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는 몽골고원의 분지로 해발 1천300m 이상에 있는 도시다.

 

울란바토르는 몽골어로 ‘붉은 영웅’이란 뜻이다. 1911년 청나라 멸망 후 몽골은 왕국으로 독립했다. 1919~1920년 중국 군대가 침략했다. 수흐바타르 장군이 러시아군 도움으로 중국 군대를 격퇴했다. 붉은 영웅 수흐바타르 장군을 기념하기 위해 도시 이름을 울란바토르로 바꿨다고 한다.

 

중국인들은 한자 우매할 ‘몽(蒙)’을 사용해 야만인으로 비하하는 ‘몽고(蒙古)’로 부르는데 몽골인들은 이 호칭에 자존심이 상한다고 한다.

 

몽골공화국과 우리가 1990년 국교 수립 후 우리나라에 국호를 ‘몽골’로 표기해 달라고 외교적으로 부탁했다.

 

울란바토르 시내에 한국 브랜드 편의점, 커피숍 등이 매우 많다. 몽골 국민 가운데 한국을 다녀간 사람이 매우 많아 한국 브랜드의 가게가 잘된다고 한다. 몽골인의 꿈은 한국에 가는 것인데 한국 입국비자 받기가 매우 힘들다고 한다.

 

우리나라 신생아의 70%가 엉덩이에 ‘몽고반점’을 갖고 태어난다. 몽골인에게 약간의 동질감을 느낀다. 유전학적으로 분석해 보면 실제로 우리 민족과 가장 닮은 종족은 만주 여진족, 일본인이라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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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궁이 있는 수흐바타르 광장. 작가 제공

 

■ 몽골의 티베트불교 역사

 

아침 일찍 울란바토르 시내 중심부를 통과해 고비사막 방향으로 향한다.

 

오늘은 몽골 남쪽 고비사막 국경도시 자민우드까지 약 680㎞를 가야 한다.

 

일정이 빡빡해 티베트불교 사찰인 ‘간단 사원’ 지붕을 멀리서 보며 지나간다. 몽골고원 초원을 가는 도중 마을에서 많은 티베트불교 사원을 자주 보게 된다.

 

몽골이 16세기 티베트불교 도입 후 몽골 주민 대다수는 티베트불교 신자다. 안내를 맡은 앙케 양에게 언제 절에 가는지 물어보니 음력 설날, 경조사 등 특별한 날에만 간다고 한다.

 

우리에게 대승불교는 익숙하지만 티베트불교는 낯설다.

 

1571년 몽골의 왕(알탄 칸)이 당시 활불(活佛)로 소문났던 티베트 라싸의 승려 소남 갸초를 몽골로 초청하고 달라이라마 명칭을 하사했다. ‘달라이’는 ‘바다’라는 뜻으로 달라이 라마는 ‘지혜의 바다’, ‘전 세계의 스승’이라는 의미다. 티베트불교는 환생과 윤회를 믿음으로 한다. 현재 인도에 망명한 티베트불교 수장은 14대 달라이라마다.

 

현재 몽골공화국 영토는 과거 몽골제국의 영토에서 북쪽의 초원지대인 바이칼호 주변 초원은 17세기 러시아에 빼앗기고 남쪽의 내몽골 스텝 초원은 중국에 빼앗겼다. 과거 몽골제국의 3분의 1로 줄어든 가장 척박한 ‘외몽골’ 사막지대가 현재 몽골이다. 근세 몽골은 러시아의 위성국가로 있다가 1991년 소련 해체 후 독립국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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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고원 유목민 주거지 게르 천막. 작가 제공

 

■ 몽골고원, 고비사막의 광야를 달린다

 

한가롭게 몽골고원의 단조로운 초원을 보면서 남쪽으로 내려간다.

 

몽골 사람은 술을 잘 마시기로 유명하다. 과거 초원에서 외롭게 혼자 살다가 오랜만에 친구나 손님을 만나면 독한 술을 밤새워 마신다고 한다.

 

오늘 사막의 일기예보를 찾아보니 가시거리가 무한대로 나온다. 몽골 사람의 평균 시력이 3.0이고 최고 좋은 사람의 시력은 5.0이라는 말이 있다.

 

고비사막의 넓은 광야는 야성미와 장엄미의 멋진 조합이다. 수백㎞의 단조로운 초원과 사막을 지나가고 있다.

 

내려놓음이 자연스럽게 느껴지고 평안한 마음이다.

 

“배움의 추구는 날로 더해가는 것이고 도(道)의 추구는 날로 덜어내는 것이다. 덜어내고 또 덜어내면 무위(無爲)에 이르게 된다.” 경계선이 없는 끝없는 사막 한복판에서 2500년 전 중국 노자의 말이 불현듯 가슴에 와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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