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경상 단국대 경영경제학부 겸임교수
중소기업 경영자의 고령화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2022년 기준 국내 중소 제조업 대표의 평균 연령은 55.3세이며 60세 이상 비율도 33.5%에 달한다. 특히 업력 30년 이상 기업 중 60세 이상 대표자의 비율은 무려 80%를 넘는다. 문제는 이들 기업의 다수가 후계자를 찾지 못해 폐업 위기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일본은 이미 이러한 고령화 문제를 겪고 있다. 매년 수만개의 기업이 후계자 부재로 폐업하고 수십만명의 고용이 사라지고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2025년까지 후계자 미승계로 인해 약 650만명의 일자리와 22조엔(약 220조원)에 달하는 국내총생산(GDP)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 기업의 폐업은 단순한 노후 문제가 아니라 지역경제 전반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이 같은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일본은 ‘니혼 M&A 센터’를 중심으로 중소기업의 승계형 인수합병(M&A)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 기관은 연간 1천건 이상의 거래를 성사시키며 후계자 부재로 인한 기업 폐업을 줄이고 고용과 기술의 단절을 최소화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우리도 같은 길을 밟을 수 있다. 중소기업이 사라지면 고용이 줄고, 청년이 떠나며, 지역은 쇠퇴한다. 기술 단절, 산업 공백, 고령화 가속이라는 삼중고에 빠지기 전에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
먼저 정부는 가업 승계를 적극 장려할 수 있도록 제도를 과감히 설계해야 한다. 세제 감면 확대, 상속·증여세 유예, M&A 지원 시스템 정비 등 실효성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동시에 중소기업에 특화된 경영승계 컨설팅과 맞춤형 금융지원도 병행돼야 한다. 민간 영역에서도 승계 문제를 시장 기반에서 풀려는 노력이 요구된다. 퇴직 전문인력, 청년 창업자, 지역 대학과 연계한 후계자 매칭, 지분 승계를 지원하는 펀드 등 다양한 방식이 가능하다. 단순한 거래가 아니라 ‘가치를 잇는 승계’라는 인식 전환도 중요하다.
기업 내부적으로도 변화가 필요하다. 대표자는 은퇴 전에 후계자를 육성하고 조직 내 권한 이양과 책임 분산 체계를 미리 마련해야 한다. 종업원이 회사를 인수하는 ‘종업원지주회사(EBO)’ 방식도 유효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중소기업은 우리 경제 고용의 80%를 책임지는 실핏줄이다. 고령화는 막을 수 없어도 대응은 지금부터 가능하다. 기업이 사라지면 일터와 지역도 함께 무너진다. 지금이 바로 준비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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