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대한 고원과 사막
‘서두르면 라싸에 못 간다’
몽골 느림의 지혜 느껴
사막의 대륙성기후
용감한 전사 만들어
고려말 침략∙약탈 아픔도
몽골의 마지막 밤
변방 자민우드서 숙박
곳곳에 한국 식당 눈길
■ 몽골고원을 통과해 중국으로 향하다
우리 차는 몽골고원을 통해 중국으로 내려가고 있다. 몽골의 영토는 동서 2천500㎞, 남북 1천400㎞에 이르는 광대한 고원과 사막으로 이뤄져 있다. 몽골고원은 해발 고도 1천m에서 1천500m 사이 건조한 고원 지역이다. 영토는 넓은데 인구는 350만명 수준으로 인구밀도가 세계에서 가장 낮다. 넓은 영토에 사는 사람에게 공간, 시간의 개념은 좁은 영토에 사는 우리와는 크게 다르다. 광대한 사막에서 삶의 지혜는 느림, 기다림, 여유로움이다.
‘서두르면 라싸에 못 간다’는 티베트 속담이 있는데 광활한 대지에 살아가는 느림의 지혜다. 과거 초원과 사막의 유목민은 사계절 초지를 이동하며 살기 때문에 정주민 국가처럼 도시가 없다. 당연히 성곽이나 건물 등 역사적 유적도 없다.
연간 강수량이 20~50㎜이고 주로 여름철에 비가 오기 때문에 사막에 초지(草地)가 곳곳에 형성돼 있고 초원에는 유목민 ‘게르’ 천막이 자주 나타난다. 가끔 소나 말들이 도로를 무단횡단하기 때문에 속도를 늦추고 가축이 지나가길 기다린다. 현재 몽골은 지하자원 매장량이 매우 많다고 한다. 몽골의 자원을 탐사한 일본 기술자는 “몽골인들은 보석과 황금이 묻힌 땅 위에 오두막집을 짓고 산다”고 비유했다. 미래 잠재성이 매우 크다는 의미다.
사막의 정중앙에 길게 뻗어 있는 길은 환상적인 자동차 드라이브 코스다. 거대한 평원, 나무 한 그루 없는 600여㎞ 먼 거리의 단조로운 광야의 경치를 보는 것도 즐거움이다.
■ 고비사막의 황량한 생태계
우리 차는 남쪽의 고비사막으로 들어선다.
몽골의 남쪽과 중국의 북쪽에 있는 고비사막은 동서 1천400㎞, 남북 800㎞의 광대한 사막이다. 몽골 말로 ‘고비’는 ‘사막’이라는 뜻이다. 우리가 어려움을 만나면 ‘인생의 고비를 잘 넘겨야 한다’는 말이 생각난다.
7월 중순 사막의 한낮 기온은 40도를 넘어서고 있다. 겨울은 영하 20~30도로 떨어진다고 한다. 대륙성기후 사막에서 살아가는 삶의 척박한 환경을 말해준다. 몇 년씩 비가 안 오고, 혹한이 엄습하고, 갑자기 질병이 돌아 살기 어려워지면 생존을 위한 주변국 침략은 불가피하다는 생각이 든다.
과거 유목민 전사의 호전성, 잔혹성, 공격성은 척박한 환경과 생태계가 만든 것이다.
두세 살에 말을 타고 어린 시절부터 사냥과 전투를 치르면서 자연히 용감한 전사가 될 수밖에 없다.
고비사막은 지리적으로 비가 안 오는 곳이다. 우리 땅은 삼면이 바다이고 1년 내내 수시로 비가 내리고 해외로 나아갈 수 있는 좋은 항구가 있어 사람 살기에 적합한 입지임에 감사함을 느낀다.
■ 대륙의 중심국과 주변국 한반도의 비애(悲哀)
역사의 발전에는 ‘중심국, 주변국, 중간의 ‘반(半)주변국’으로 분류할 수 있다. 역사상 아시아 대륙의 중심국은 항상 중국이다. 가끔 몽골고원을 통일한 ‘유목제국’이 중심국이 된다. 고대 중국은 유목민을 ‘북적(北狄), 서융(西戎)’ 등 의도적으로 야만인으로 비하하면서 두려움으로 고비사막 경계선에 만리장성을 쌓아 지켰다.
우리나라는 역사적으로 항상 강대국의 주변국으로 약소국의 비애를 겪으며 살아왔다.
수나라와 당나라의 침략도 새로운 대륙의 통일왕조가 생기면서 시작한다.
우리 역사상 가장 잔혹한 전쟁은 몽골 침략(1231~1270년)이다.
당시 고려는 무신정권 시대였다. 무신정권 실권자 최씨 정권은 강화도로 천도하고 본토는 39년 동안 몽골 군대와 장기간 전쟁으로 전 국토가 유린됐다.
우리 역사상 가장 힘든 시기였을 것이다.
신라시대와 고려시대 중기 이전 대부분 목조 유적이 몽골의 약탈 또는 화재로 사라졌다. 현재 남아 있는 오래된 건물은 몽골 침략 이후 고려 말에 지어진 것이다. 다시 16세기 말 일본의 임진왜란으로 고려 후기 지어진 건물은 또다시 대부분 소실된다. 현재 남아 있는 목조 유적은 대체로 임란 후 숙종, 영조 때 건축된 것이다. 고려 무신정권이 몽골과 전쟁 중 강화도에서 만든 팔만대장경이 고려의 대표적 유적이다.
■ 고비사막 국경 도시 ‘자민우드’와 ‘엘렌하우터’
모든 공항은 출국과 입국이 24시간 가능한데 육상 국경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중국은 오후 8시 이후 야간과 토요일, 일요일은 국경 개방을 안 한다. 부득이 몽골의 최남단 변방 자민우드에서 하룻밤 숙박하고 다음 날 일찍 중국 국경을 통과할 계획이다.
고비사막의 자민우드는 중국에 들어가는 화물차 기사들의 하루 숙박지다. 몽골 변방에도 한국 식당 등 한국 상호 가게들이 많다는 것에 놀란다. 다음 날 아침식사는 한국 상호 ‘카페베네’ 커피숍에서 샌드위치와 커피로 해결하고 오전 9시 중국에 입국하기 위해 아침 일찍 출발한다.
오전 내내 기다리며 중국 입국 수속을 마치니 낮 12시가 넘었다. 세 번째 국가인 중국에 들어오니 내심 안도감이 든다.
중국 국경 내몽골 고비사막에 엘렌하우터라는 작은 도시가 있다. 엘렌하우터시는 고층아파트, 넓은 가로수, 시내 공원 등 사막 속의 녹색 오아시스 도시다. 수백㎞ 멀리서 물을 끌어오는 중국 정부의 투자 덕분이다. 반면 바로 인접한 몽골의 자민우드는 나무가 거의 없는 메마른 도시다. 가난한 몽골과 잘사는 중국의 풍요로움을 잠시 비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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