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아침] 4월을 보내다

4월이 떠나가는 끝자락에서

문득

나는

4월의 대지가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우는 모습에서

내가 심었던 많은 구근에 대해 생각한다

 

잔설 헤치고 피어오르는 얼음새꽃도

담장 아래 무리 지어 피는 보랏빛 제비꽃도

돌 틈에 겨우 잎 내밀어 피는 노오란 민들레꽃도

겨울을 넘어온 나비와 꿀벌들의 향연을 위한 것

어느 것 하나

내가 심었던 구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돌아보니

대지에 묻었던 하 많은 허물

눈 덮여 보이지 않았을 뿐

저렇게 고개 들어 피고 있었다

 

비가 내린다

숲길을 헤치며 젖은 땅 위에

발자국도 남기지 않고 4월이 가고 있다

 


image

이복순 시인

‘수원문학’으로 등단

KBS·수원시 주최 ‘시와 음악이 있는 밤’ 우수상

수원문인협회 이사

시집 ‘서쪽으로 뜨는 해도 아름답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