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수 부천오정경찰서 교통조사 4팀장
교통사고를 조사하는 경찰관이자 어린 두 자녀를 키우고 있는 아버지로서 아이들에게 교통사고는 준비되지 않은 ‘슬픈 이별’이 될 수 있음을 강조하며 특별히 조심해야 한다고 말해주곤 한다.
요즘 뉴스를 통해 종종 보도되는 충격적인 사고 소식 중 술을 마신 운전자로 인해 무고한 사람이 소중한 목숨을 잃게 됐다는 소식을 접하면 국민적 공분을 사기도 하고 허무함과 깊은 탄식을 안기곤 한다.
이같이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과 그 위험성에 대한 공감대는 이제 일정 수준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술에 취해 운전하는 것이 위험한 이유가 무엇일까. 음주 상태에서는 운동능력이 떨어져 조향·제동장치를 정확하게 조작할 수 없어 편리한 교통수단이 자칫 ‘살상무기’로 돌변할 수 있기 때문 아닐까 생각한다.
그렇다면 술이 아닌 의약품이라면 괜찮을까. 그렇지 않다. 통계에 따르면 약물운전으로 인해 면허가 취소된 사례는 2022년 80건에서 2024년 164건으로 2배 이상 증가했으며 올해도 3월 기준 잠정치 20건을 넘기는 추세로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2023년 8월 서울 강남 롤스로이스 사건을 비롯해 직접 처리한 사건 중 교통사고 충격으로 전복된 승용차 운전자가 마치 술에 취한 듯 대화할 수 없고 거동조차 어려우나 술 냄새가 나지 않았고 조사 결과 조울증 치료를 위해 진정 및 수면 효과가 있는 처방 약물인 ‘졸피신정’을 복용한 사실이 확인돼 형사처벌과 함께 운전면허를 취소시킨 사례가 있었다. 약물운전의 위험성은 점차 현실이 된 듯하다.
이렇듯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서 금지한 약물 외 의사로부터 처방받은 약물로 인해 발생하는 교통사고의 피해 또한 음주운전과 같거나 그 이상임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이를 예방하기 위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우선 도로교통법 제45조(과로한 때 등의 운전금지)에서 약물운전을 금지하고 있으며 약물운전 의심자가 검사에 불응하면 처벌(5년 이하의 징역, 2천만원 이하의 벌금)할 수 있는 도로교통법 일부 개정안이 내년 4월2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경찰에서도 예방을 위한 홍보활동을 전개하고 타액을 통한 신속 검사 키트를 보급하는 등 단속을 병행해 약물로 인해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에서 운전하면 강력하게 처벌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의료기관에서도 정상적인 운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약물을 처방하면 강력한 복약지도가 이뤄져야 하며 국민 또한 처방받은 약물이 운전에 지장을 줄 수 있다면 운전을 금지하고 주변에서도 이를 만류해야 한다.
술과 금지된 약물은 물론이고 처방받은 약물로 인한 운전 행위가 자신뿐만아니라 다른 무고한 사람에게 ‘슬픈 이별’을 초래하지 않도록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더욱 안전한 대한민국이 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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