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의 반짝 성장은 가짜... 구조적 문제 동반 경쟁력·포용성 동시에... ‘진짜 참성장’ 이루길
한국 경제는 어느덧 ‘저성장’이라는 단어가 일상이 된 시대를 지나고 있다. 한때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국가 경쟁력의 상징이었고 수출 실적이 곧 경제의 성적표로 간주되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한국 사회는 그와 전혀 다른 풍경을 마주하고 있다. 성장률은 낮고 불평등은 심화됐으며 국민 개개인의 삶은 팍팍해졌다. ‘낙수효과’라는 신화에 의지하던 전통적인 성장담론은 물론이고 포용성장론조차 국민이 체감하는 삶의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최근 ‘진짜성장’이 새로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이재명 정부의 국정기획위원회에서 발간한 자료에 의하면 “가짜성장(반짝 성장, 소수의 성장, 모방성장)”이 아닌 “지속적 성장, 모두의 성장, 창조에 기반한 성장, 체감할 수 있는 성장”이 진짜성장이라고 한다.
기존의 성장론이 가짜성장으로 규정당할 정도인지는 모르나 고속 성장, 투자 유인, 국제 경쟁력 확보 등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불평등 심화, 사회적 갈등, 환경 파괴, 내수 약화, 지속가능성 저하 등 심각한 문제를 동반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과연 진짜성장은 어떠할까.
진짜성장은 기술 주도 성장, 모두의 성장, 공정한 성장을 말한다. 이는 경제의 역동성 회복과 성장의 과실을 국민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펼치기도 한다. 이러한 진짜성장은 한국 경제가 직면한 저성장, 생산성 저하, 청년·중소기업 기회 박탈, 지역 간 불균형, 사회적 안전망 등 구조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제안되고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진짜성장도 기존 성장론이 안고 있던 사회적 파생 문제에 대해 취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진짜성장이 이런 것들을 백안시한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우선순위가 한참 뒤로 밀린다는 느낌이다.
진짜성장 이전부터 주장되던 ‘참성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참성장은 GDP 중심 성장이 초래한 불평등, 환경파괴, 사회적 신뢰 저하, 삶의 질 저하 등 부작용을 극복하기 위해 제안됐다. 참성장은 경제 성장이 ‘포용적 성장’이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에 적합한 참성장지표(GPI) 적용을 제안한다. 이것이 단순한 성장이 아닌, 국가의 진정한 발전 수준을 평가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참성장론자들은 실제 한국 사회에서 공공서비스 확충, 기초연금 도입, 최저임금 인상, 노동정책 발전 등으로 참성장지표 수치가 GDP 성장률을 상회하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말하기도 한다.
물론 참성장은 기술혁신, 생산성 제고, 산업구조 고도화 등 ‘경쟁력’ 중심 정책과는 거리가 있어 글로벌 경쟁 심화 속에서 한국 경제의 위상을 유지·강화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참성장이 주목하는 부분에 대한 무시는 진짜성장조차 발목이 잡혀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는 상황을 발생시킬 수 있다.
진짜성장과 참성장은 경제 성장의 성과가 국민 모두의 삶의 질로 이어져야 한다는 점에서 서로 공감대를 형성한다. 그 실현 방식과 정책 우선순위에서 보이는 차이가 있지만 이는 극복할 수 없는 것이 아니다. 이번에 진짜성장이 참성장을 흡수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기술혁신, 산업구조 고도화 등 진짜성장의 전략과 함께, 예를 들어 참성장지표(GPI) 같은 포용적 성장 지표를 정책 평가에 적극 반영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한국 경제는 양적 성장과 질적 성장, 경쟁력과 포용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진짜 참성장’의 길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에 의하면 “불평등을 불가피하다고 보며 일부 국민의 희생을 당연시하는 성장 지상주의가 오히려 더 성장을 위축시킨다”고 한다. 진짜성장이 성장 지상주의로 복귀하는 것이 아니라 참성장주의로 나아가는 길에서 한국 경제는 희망을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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