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보다 생생한 삶이 있는 교육현장'...여주형 공유학교, 지역연계형 교육 실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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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아트 스페이스 다스름에서 운영된 여주 청소년슈퍼밴드 공유학교는 전문적인 강사진과 밴드의 건반, 기타, 베이스기타, 드럼, 보컬 등 각자가 맡은 역할에 대해 파트별 연습을 하고 최종 콘서트를 기획 발표하는 프로그램. 여주교육지원청

 

“학교는 교실만이 배움터가 아니다. 삶의 현장이 곧 교육이다.”

 

이 철학이 실제 교육현장에서 구현되는 곳이 있다. 바로 여주 교육이다.

 

여주형 공유학교는 교실을 넘어 마을과 지역이 아이들의 배움터가 되고 있는 교육 현장의 롤모델로 자리 잡고 있다. 학생들은 지역 특색에 맞춘 도자기 공방과 남한강 수상센터, 체험농장, 박물관, 남한강 생태길을 교과서 삼아 살아있는 지식을 경험하고 있다.

 

이 모든 변화를 이끄는 중심에 바로 ‘여주세종같이공유학교’가 있다. 여주교육지원청이 주관하는 이 공유학교는 공교육의 경계를 확장하며 지역 중심의 맞춤형 교육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교과서 밖에서 배우는 교육, 여주형 미래교육의 롤모델 세종같이 공유학교는 단순한 체험학습이나 방과 후 프로그램이 아니다.

 

초등학교 3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전 학년을 대상으로 운영되는 정규 외부학습 시스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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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놀이를 통해 우리 장단을 배우며 북, 장구, 꽹과리, 징의 악기를 연주하고, 공연을 하는 공유학교이다. 여주교육지원청

 

올해에만 100개가 넘는 프로그램이 운영 중이며 주제 또한 인공지능(AI)·디지털, 문화예술, 생태환경, 스포츠, 수리·융합과학, 진로 등 9개 영역으로 폭넓게 구성돼 있다.

 

학생들은 여주지역 곳곳이 살아있는 배움을 체험한다. 도예 명장과 함께 흙을 빚어 도자기를 만들고 남한강에서 수상스키 등 스포츠를 배우며 전통 농산물을 활용한 K-디저트 창업수업에 참여한다.

 

고등학생의 경우 일부 프로그램을 통해 학점도 인정받을 수 있어 진로 설계와 진학 준비까지 연계되는 실전 교육 현장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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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교육 공간을 기반으로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을 연계하여 도자 예술의 다양한 기법을 익히고 도자 예술의 다양성을 이해하는 프로그램이다. 특히 교육 공간 및 지역 공동 공간, 그리고 우리 집 생활 공간을 도자기로 함께 만들어가는 예술 교육 공동체 실현에 중점을 둔다. 김상성 교육장이 학생들이 만드는 작품을 보면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여주교육지원청

 

◇ 지역이 교육콘텐츠가 되다

 

세종같이공유학교의 가장 큰 강점은 바로 ‘성군 세종대왕을 모신 고장 여주지역’이라는 교육자원을 적극 활용했다는 점이다.

 

도자기마을로 유명한 천년의 맥을 이어온 여주도자기의 특성을 살려 도예 수업을 운영하고 우리 민족의 젖줄인 남한강 탐방로 여강길 생태탐방, 여주곤충박물관 연계 체험학습, 여주 쌀을 활용한 전통인절미 만들기 수업 등 지역 정체성과 밀접하게 연결된 프로그램이 주를 이룬다.

 

여주박물관과 협력한 ‘유산지킴이 공유학교’는 지역 문화유산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청소년의 시민의식까지 확장시킨다.

 

그야말로 지역의 자산이 교육의 깊이를 더하는 실질적 자원으로 활용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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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강길생태학교는 여주와 남한강에 얽힌 역사, 문화, 생태, 공동체 자원을 탐색하고 선사유적과 역사유적을 이해하고 숲과 여강의 동식물에 대해서도 자세히 알아보는 활동을 진행했다. 여주교육지원청 제공

 

학생이 설계하는 배움, 진짜 주도권을 가지다. 이 공유학교가 특별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단순히 주어진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을 넘어 학생이 스스로 기획한 주제로 학습할 수 있는 ‘학생 기획형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매년 말 실시되는 학생기획워크숍을 통해 학생들은 자신이 배우고 싶은 주제와 기획안을 자유롭게 제시하고 공유멘토의 도움을 받아 과정을 설계한다.

 

이를 통해 주도성과 창의력, 실행력을 모두 키울 수 있는 것이다.

 

또 프로그램은 초·중·고 성장단계별로 기초-심화과정으로 구성돼 있어 같은 주제라도 학년에 따라 난이도와 내용이 달라진다.

 

이런 체계적 구조는 지속적이고 깊이 있는 맞춤형 학습이 가능하도록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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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강길 탐방 중에 수 백년된 느티나무 아래서 자연과 관련된 노래도 함께 배워보고 성장나눔발표회를 준비하고 있다. 여주교육지원청

 

◇ 지역사회 전체가 ‘학교’가 되다

 

여주세종같이공유학교는 현재 여주도자센터, 수상센터, 곤충박물관, 여주산림조합, 푸르메소셜팜, 전통한옥 해봄체험관 등 30여개 기관과 단체협약을 맺고 있으며 이들 공유학교의 거점공간으로 기능하고 있다.

 

여주대, 여주시립도서관, 청소년수련관, 박물관 등도 교육파트너로 참여해 진정한 지역교육공동체 모델이 작동하고 있다.

 

이 같은 지역 연계는 프로그램의 안정적인 운영을 가능하게 하고 학생들에게도 다양한 진로체험과 현장중심 학습을 제공하는 기회가 된다.

 

 

인터뷰 여주교육지원청 김상성 교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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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성 교육장. 여주교육청 제공

 

“여주는 교과서보다 생생한 삶이 있는 교육현장입니다.”

 

세종같이공유학교의 설계자이자 실행 총괄을 맡고 있는 김상성 교육장은 “여주형 공유학교 교육 모델의 핵심은 세종의 얼을 잇는 여주교육의 이념 아래 학생 맞춤형, 지역연계형 교육”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여주는 전통문화, 농업, 생태 등 교육자원이 매우 풍부한 도시다. 그 지역의 특색을 살려 아이들이 직접 체험하고 진로를 탐색할 수 있도록 공유학교를 설계했다”며 공유학교를 단순한 방과 후 프로그램이 아닌, 아이들의 ‘자기설계형 배움’을 실현하는 플랫폼이라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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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 기초학습을 토대로 곤충학에 대한 심화학습을 진행하는 프로그램으로 곤충 박물관의 도슨트가 되어서 관람객들에게 실제로 안내해 보는 프로그램이다. 여주교육지원청 제공

 

“학생들이 배우고 싶은 것을 스스로 기획하고 참여하는 과정에서 자부심과 자존감을 키우고 있다. ‘내가 직접 만든 수업’이라는 경험은 아이들에게 굉장히 큰 동기 부여가 된다”는 그는 지역 기관사회단체들과의 협력에 대해 “여주가 진정한 교육공동체로 작동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청 산하기관, 대학, 수련관, 도서관, 박물관 등 다양한 기관단체가 학교의 파트너로 함께하고 있다. 그 자체가 여주교육의 강점이고 공유학교의 성장 기반”이라는 김 교육장은 2026년까지 공유학교 프로그램의 질과 다양성을 더욱 확대하고 학생의 목소리를 반영한 수요자 중심의 교육설계를 이어갈 방침이다.

 

그는 또 “아이들이 각자의 꿈을 실현하고 미래의 주인공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조력하는 게 우리의 역할”이라며 “교실을 넘어 마을과 삶으로 이어지는 교육이 여주에서 계속 자라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온라인 플랫폼 기반으로 미래 확장성 높여 여주세종같이공유학교는 전용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신청부터 운영, 교육자료 제공, 결과 공유까지 모든 절차를 디지털 기반으로 투명하게 운영하고 있다.

 

교육 접근성과 효율성을 모두 잡은 이 시스템은 학생과 학부모 모두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여주교육지원청은 내년부터 고교 2, 3학년을 대상으로 한 정규 학점 인정 프로그램을 정식 편성해 지역 내 거점 활동공간도 점차 확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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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영상 디렉터 공유학교에서는 여주의 대표적인 자연 유산인 ‘남한강’을 주제로 하여 다큐멘터리를 제작하였다. 사진은 한강의 발원지인 태백산 검룡소에서의 촬영 장면이다. 여주교육지원청 제공

 

여주세종같이공유학교는 단순한 지역실험이 아니다.

 

지역이 함께 만드는 하나의 작은 사회이자 미래형 공교육의 프로토타입이다.

 

여주의 골목과 강가, 농장과 도서관에서 피어나는 배움은 교육의 경계를 허물고 있으며 그 흐름은 대한민국 교육계 전체에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지역이 곧 학교”라는 말이 여주에서는 구호가 아닌 실천으로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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