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정책자금과 접근성

오경상 단국대 경영경제학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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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해마다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연구개발(R&D)부터 시제품 개발, 판로, 마케팅까지 창업과 성장 전 과정을 아우르는 다양한 정책자금 지원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어디서 찾아야 할지 모르겠다.”, “신청이 너무 복잡하다”는 목소리가 여전하다. 정부의 노력에 비해 창업자가 체감하는 현실은 아직 큰 차이가 있다는 의미다.

 

정책자금은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창업자가 그 존재를 몰라 접근하지 못한다면 사실상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특히 창업 초기에는 정보 탐색이나 외부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여유조차 없어 정책자금 활용이 더욱 어렵다. 이로 인해 우수한 아이디어와 기술을 가진 기업이 자금난으로 성장 기회를 놓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그렇기에 정책자금의 존재를 알고 제때 활용한 사례는 더욱 주목할 만하다.

 

대표적으로 ‘배달의민족’ 김봉진 대표는 창업 초기 신용보증기금의 청년창업 특례보증 3천만원을 활용해 첫 자금을 조달했다. 이 자금은 사업 모델의 실행을 가능케 한 밑거름이 됐고 이후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중요한 발판이 됐다. 이처럼 정책자금은 단순한 금전적 지원을 넘어 기업의 미래를 바꾸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정책자금은 여전히 수요자보다 공급자 중심에 머물러 있다.

 

정보는 여러 기관에 흩어져 있고 신청 자격과 절차도 복잡하다. 특히 초기 창업자일수록 경험과 정보가 부족해 더 큰 어려움을 겪는다. 그래서 현장에서는 “기회를 몰라서, 혹은 알아도 포기했다”는 말이 낯설지 않다.

 

정책자금의 실효성을 높이는 데 필요한 변화는 분명하다. 첫째, 여러 부처와 기관에 흩어진 정보를 통합 제공하는 플랫폼이 필요하다. 사업 단계와 업종, 자금 목적을 입력하면 적합한 자금과 제도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체계를 재정비해야 한다.

 

둘째, 신청 과정은 더 직관적이고 간소화해야 한다. 온라인 기반 간편 신청 시스템, 인공지능(AI) 상담, 지역 창업지원센터와의 연계 상담 기능 등을 통해 창업자의 심리적·행정적 장벽을 낮출 수 있어야 한다.

 

정책자금은 준비된 창업자에게 주어지는 ‘기회의 사다리’다. 그러나 그 사다리는 누구나 쉽게 발을 디딜 수 있어야 의미가 있다. 창업자들의 역량만큼이나 정책의 전달 방식에도 혁신이 필요하다. 창업이 성장동력이 되기 위해서는 정책자금이 실제 창업자의 손에 닿을 수 있도록 접근성과 활용도를 높이는 구조적 개선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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