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경제] 경기 부양과 재정건전성

임종빈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스타트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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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부가 경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편성한 추가경정예산(추경)을 둘러싸고 재정건전성에 대한 논란이 일부에서 다시 제기되고 있다. 국가 부채의 급증을 초래할 수 있는 이번 추경은 오히려 새로운 위기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지적과 논란은 항상 있었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과 정부의 역할을 감안할 때 과연 이 같은 우려와 지적이 현재 상황에서 유효한지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정치적 견해에 따라 보는 시각은 다양하겠지만 이번 추경이 단순히 경기 둔화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오히려 정치적 위기가 초래한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위기 대응’의 성격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지난해 12·3 계엄 사태 이후 반년 가까이 지속된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은 내수 침체와 민간소비 위축을 초래했고 여기에 2기 트럼프 행정부의 전방위적 관세 폭격이 더해지면서 우리 경제에 불어닥친 위기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이러한 복합적 위기가 경제 전반으로 확산하는 지금 정부가 재정을 통해 적극 개입하는 것은 당연한 대응이라 할 수 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2월 위기 극복과 성장을 위한 한국 정부의 추가 재정지출을 권고한 바 있으며 과거 IMF 외환위기 때나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정부의 적절한 개입이 회복의 전환점이 됐던 것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물론 국가의 재정건전성은 반드시 고려돼야 하는 중요 지표다. 2024년 말 한국의 국가채무비율(중앙 및 지방정부 부채의 합인 D1 기준)은 46.0%이며 이번 추경이 반영된 국가채무비율은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49.1%가 될 것이라 한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인 약 74%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국가별로 보면 일본이 237%로 가장 높고 미국 121%, 프랑스 113%, 영국 103%, 중국 88.3%, 독일 62.5% 순이다. 이러한 수치를 고려하면 한국의 재정건전성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양호한 편에 속하며 위기 시 확장 재정을 운용할 여지는 있다고 보인다.

 

한편 재정지출이 커지면 많은 전문가가 인플레이션을 걱정한다. 하지만 2025년 상반기 우리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약 2%로 다른 주요국과 비슷한 수준이며 통화당국 역시 물가와 유동성의 흐름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 그러므로 지금의 재정 확대가 갑작스럽게 가파른 물가 상승을 유발하거나 통화가치의 급변을 초래할 가능성은 작다고 할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우선 재정지출 확대에 수반될 수 있는 인플레이션과 환율의 변화 상황에 대한 면밀한 실시간 감시 체계가 필요하다. 물가나 환율과 같은 거시지표는 여러 변수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정책 혼선이 빚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 상황에서 여러 논란으로 정책 혼선이 반복되면 오히려 시장의 불안정과 민간투자와 소비 위축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냉정한 시각으로 보면 지금 한국 경제의 가장 큰 위협은 국내외의 ‘불확실성’이다. 그러므로 시장과 국민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정책 일관성과 명확한 메시지로 불확실성을 줄이려는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이번 추경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단기적 유동성 공급을 넘어 중장기적 경제 체질 개선을 위한 초석을 놓는 투자의 성격을 갖는다. 이러한 재정 투입은 단기 부채비율만으로 평가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해 소모적인 논란보다 현재의 경제 상황에 필요한 적극적 대응을 실천할 때다. 정책은 타이밍이고 지금은 결단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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