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원·인천지검장 취임사, 예전과 다른 느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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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전 수원지방검찰청 대강당에서 열린 '제46대 박재억 수원지방검찰청 검사장 취임식'에서 박재억 지검장이 취임사를 하고 있다. 경기일보DB

 

박재억 수원지검장과 박영빈 인천지검장이 취임했다. 29일 나란히 취임식을 갖고 업무를 시작했다. 지역민에게 내놓는 첫 메시지를 들을 수 있었다. 가장 눈에 띈 것은 검찰 역할에 대한 당부다. 과거의 경우 흔히 접한 화두는 ‘엄단’(嚴斷)이다. 검사장의 임기는 특별한 상황이 없는 한 1년이다. 두 검사장에게는 지방선거라는 검찰 수요가 있다. 선거사범 엄단에 대한 의지를 피력했을 법하다. 하지만 선거에 대한 언급은 둘 모두 생략했다.

 

그 밖에 검찰권 행사에 대한 언급도 생활형 범죄에 비중을 뒀다. 마약·강력·디지털·아동·산재 범죄에 대한 대처다. 그 대신 많이 강조된 부분은 검찰의 역할과 본분, 개혁 등이다. 박 수원지검장은 “사건 관계인의 주장을 경청하고 상대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 인천지검장은 “감찰권 남용으로 억울함을 느끼는 국민이 없었는지 깊이 성찰해야 한다”고 밝혔다. 권한보다는 인권의 보호·자성에 방점을 두고 있다.

 

조심스럽지만 검찰 개혁에 대한 의견도 냈다. 박 수원지검장은 직원 간의 합심을 강조하며 “산을 만나면 길을 만들고 물을 만나면 다리를 놓듯이 어떤 어려움도 헤치고 나아가면 국민을 위한 사명을 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이 처한 상황에 대처하는 자세를 주문한 것으로 보인다. 박 인천지검장은 검찰 개혁을 직접 언급했다. “검찰 개혁과 관련해서는 탄탄한 사법제도가 마련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여야는 28일에도 ‘검찰개혁 4법’ 논란을 이어갔다. 검찰청법 폐지법률안, 공소청·국가수사위원회·중대범죄수사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 등이다. 국민의힘 장동혁 위원은 “검찰의 수사와 기소만 분리하면 탈정치화가 되겠나”고 따졌다. ‘정치 검찰’이 그냥 ‘정치 경찰’로 바뀔 뿐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이성윤 의원은 “검찰 개혁을 주장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검찰이) 가차 없이 수사해 재판받게 했다”며 자신의 예를 빗댔다.

 

일선 지검장들의 취임사는 절제되고 정제된다. 정치적으로 해석될 표현은 담지 않는 게 상례다. 수원·인천지검장의 29일 취임사도 이런 궤를 벗어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관심이 컸던 건 이재명 정부에서의 변화 기류 때문이었다. 두 검사장의 취임사는 어렵지 않게 와 닿았다. 검찰권 행사보다는 검찰권 성찰에 비중을 두고 있고, 안으로부터의 평가보다는 밖에서 보여지는 모습에 비중을 뒀다. 평범한 덕담으로 전달한 검찰의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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