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대학에서 생물학을 전공하다 중퇴한 청년이 있었다. 그는 어린 시절 매몰사고로 광부였던 아버지를 여의었다. 어머니는 생활고에 시달리다 결국 인근 소도시로 이사했다. 전방에서 군복무하던 시절 어머니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떴다는 전보를 받았다. 휴가를 나왔지만 이미 장례를 치른 뒤였다. 제대 후 복학을 포기하고 곤충채집 아르바이트를 하고 희귀하고 아름다운 곤충들을 일본인에게 파는 일에 전념했다.”
작가 이외수가 1981년 발표한 장편소설 ‘장수하늘소’의 얼개다. 배경은 강원도 화천이다. 장수하늘소 등을 잡아 일본인에게 밀매하는 일인칭 시점에서 풀어나갔다. 인간의 물질적인 쾌락과 한없는 탐욕을 고발했다.
검은색 갑옷을 입은 것처럼 늠름하다. 이 녀석의 생물학적 계보는 딱정벌레목에 속한다. 넓은 잎을 가진 나무들이 울창한 활엽수림 등지에서 주로 자라고 활동한다. 몸 길이는 다 크면 끝에서 앞턱까지 7∼9㎝ 남짓하다. 턱과 더듬이도 수컷이 훨씬 길다.
애달픈 서사가 있다. 20세기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우리 곁을 떠나고 있어서다. 그래서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으로 지정돼 있다. 숲 파괴와 남획 등이 원인이다.
이런 가운데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인 광릉숲에서 장수하늘소 서식이 또 확인됐다. 12년 연속이다. 국립수목원은 광릉숲에서 장수하늘소 수컷 한 마리를 관찰했다고 발표했다. 이번에 발견된 장수하늘소는 몸 길이 7.44㎝에 체중 7.1g 등으로 상태는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수목원은 2014년부터 광릉숲에서 장수하늘소 서식을 확인 중이다. 국립수목원은 “장수하늘소가 12년 연속 확인돼 개체군이 광릉숲을 기반으로 안정적이고 건강하게 보전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국립수목원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장수하늘소 사육과 복원을 연구하고 있으며 자연 방사 등을 통해 서식지 복원 활동도 함께 진행 중이다.
인간의 헛된 욕망으로 사라지는 게 어디 장수하늘소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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