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화선 사회부 부장
13세 반려견 ‘초롱이’는 6개월 동안 치매를 앓았다.
밤새 울부짖거나 머리로 벽을 치는 등 고통스러운 몸부림이 계속됐다. 그 모습에 가족들도 힘겨운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러다 초롱이가 3일간 식음을 전폐했다. 한밤 걱정스러운 마음에 가봤더니 초롱이는 이미 무지개 다리를 건넌 상태였다.
초롱이를 끌어안고 한참을 울다 보니 날이 밝았다. 고운 이불에 감싸안고 평소 산책하던 곳으로 향했고 함께 뛰며 마냥 행복했던 그때의 추억을 되뇌며 마지막을 기렸다. 그리고 성당에 가서 그동안 못해준 것에 대한 미안함을 사과하고 좋은 곳으로 가기를 기도했다.
지인이 반려견을 떠나 보내며 눈물과 함께 쏟아낸 이야기다. 이렇듯 많은 이들이 반려견을 가족으로 여긴 지 오래다.
요즘은 ‘애완견’이라는 말보다 ‘반려견’으로 부를 만큼 인식이 바뀌었다. 애완견은 개를 장난감이나 소유물처럼 가까이 두고 귀여워한다는 의미가 강한 반면 반려견은 사람과 함께 삶을 공유하는 동반자, 즉 가족 구성원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최근 이웃집 개에게 물림사고를 당한 반려견 주인에게 정신적인 피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원고측은 재판 과정에서 반려견이 단순한 재산을 넘어선 ‘가족’이라는 점에서 교환가치로 산정해 손해배상 범위를 제한할 수 없다고 주장했고 법원이 그 주장을 받아들였다.
이처럼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삶은 기쁨과 행복으로 가득하지만 동시에 책임감과 에티켓이 요구된다. 반려동물을 통해 조건 없는 사랑을 배우고 세상과 소통하는 법을 익힌다. 하지만 그 사랑이 깊어질수록 더욱 세심한 배려와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반려 인구 1천500만명 시대, 국민 네 명 중 한 명 이상이 반려동물과 산다는 요즘,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에티켓을 지킬 때 더욱 아름다운 동행을 만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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