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에 매료된 방혜자, 나희균 작가…안상철미술관 ‘빛의 숨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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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혜자, 빛의 숨결, 2009. 안상철미술관 제공

 

6·25 전쟁 후 해외에 진출한 여성 작가들을 조명하는 전시가 마련됐다. ‘빛’에 매료된 방혜자, 나희균 작가다.

 

안상철미술관은 빛을 철학적으로 다룬 두 작가를 조명하는 특별기획전 ‘빛의 숨결’을 다음달 21일까지 선보인다. 전시에선 두 작가의 평면회화 16점을 만날 수 있다.

 

방혜자, 나희균 작가는 빛을 작업의 모티브로 했다는 데 이어 6·25전쟁 후 해외에 진출한 여성 작가의 첫 세대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1930년대에 태어난 두 작가는 1950~1960년대에 프랑스에 가 급변하는 현대미술의 다양한 경향을 섭렵했다. 특히 전후 프랑스 화단의 신경향으로 떠오른 앵포르멜 미술은 이들이 추상미술로 나아가는 데 큰 영향을 끼쳤다.

 

특히 두 작가는 모두 빛을 세계와 존재의 근원으로 파악하고 각자의 방식으로 구현했다. 방 작가는 빛을 생명이자 영혼의 기도, 마음의 호흡으로 추상화했다. ‘한 줌의 빛으로 세상을 밝히고 평화를 주고 싶다’는 신념으로 평생 빛을 그리는 데 몰두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샤르트르 대성당의 초청으로 성스러운 빛을 담은 스테인드글라스를 제작하고, 프랑스 국립현대미술관인 퐁피두센터에 작품이 소장되며 세계적으로 명성을 알린 작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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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혜자, 빛의 탄생, 2019. 안상철미술관 제공

 

이번 전시에선 생전 마지막까지 빛을 추구한 방 작가의 주요 회화 10점을 선보인다. 그는 한지, 닥종이, 황토 등 한국의 전통 재료에 천연안료를 가하거나 프랑스에서 생산되는 황색의 안료를 사용해 빛을 구사했다. ‘빛의 숨결’은 이 같은 천연 물감을 가한 구겨진 한지를 여러 겹 쌓아 섬세한 질감을 이뤘다. 빛의 작용을 수평의 띠 모양으로 구현한 이 작품은 노랑에서 주황으로, 녹색, 보라, 청색으로 퍼져가는 색채의 변화로 빛의 색과 강약을 표현했다.

 

직경 2m가 넘는 대작 ‘우주의 빛’도 볼 수 있다. 작품은 우주를 상징하는 원형으로 빛의 변화를 웅장하게 표현했다. 부직포의 앞면과 뒷면에 되풀이 물감을 가해 만든 작품은 리드미컬한 색의 변화가 반복되며 생명의 호흡을 느끼게 한다. 생명의 근원인 빛의 원리를 시각적으로 잘 보여주는 작품으로 꼽힌다.

 

반면 나 작가는 빛을 형상과 사유를 매개하며 관조적 침묵을 드러내는 언어로서 조형화했다. 작가는 파리 국립미술학교에서 수학하며 20세기 전반 유럽의 주요 미술 경향을 두루 습득했다. 이후 구상과 추상, 회화과 조각, 평면과 입체를 넘나들며 유채, 수채, 한지, 금속, 네온, 오브제 등 재료와 기법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로운 실험을 계속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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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희균, 이길재에 의한 성운, 2014. 안상철미술관 제공

 

전시에선 우주의 일부를 성운의 형태로 나타낸 작품 ‘이길재에 의한 성운’을 볼 수 있다. 사진작가 이길재가 촬영해 천체사진공모전에서 금상을 수상한 사진에서 영감을 받았다.

 

햇빛이 바닷물과 만나 이루는 현상을 그린 ‘소금꽃이 핀다’ 연작도 선보인다. 바닷물의 색은 빛이 닿으면 파랑, 연청, 초록, 청록으로 나타나는데, 마치 햇볕이 바다 표면에 소금꽃을 피우는 듯한 모습이 눈길을 끈다. 작가는 소금을 화면에 부착해 아크릴 물감과 어우러지도록 했다. 태양이 바닷물을 증발시켜 소금을 만들듯 작가는 물감으로 작품을 응축해 냈다. 기하학적으로 구축된 화면은 마치 염전 같기도 하고 소금 결정체의 단면 같기도 하다.

 

안상철미술관 관계자는 “두 작가 작품에 나타난 빛이 관람자에게 형태 너머의 것을 바라보게 하고 심오한 사유의 세계를 열어 줄 것”이라며 “빛의 오묘한 작용에서 관람객들이 깊은 인상을 받고 명상으로 나아가며 내면을 성찰하는 시간을 갖게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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