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 만든 사업 떠넘기듯 넘겨 재단 고유 사업은 ‘뒷전’, 주객전도 예산 재조정, 제역할 하게 해야… 道 “위탁사업 세심하게 검토할 것”
경기문화재단이 해마다 늘어나는 대행위탁 사업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대행위탁 사업이 총 예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면서 정작 재단이 해야 할 고유 목적 사업은 뒷전으로 밀려나기 일쑤라는 비판이 나온다. 재단이 제 역할을 하도록 사업과 예산을 재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5일 경기문화재단에 따르면 재단의 올해 대행위탁 사업비는 1천20억원으로 총예산(1천680억원)의 60%를 차지한다. 재단이 경기도 사업을 위탁 받기 시작한 2000년엔 대행위탁비가 52억원이었다. 당시 위탁 사업은 8건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46건에 달한다.
재단 설립 초기엔 재단의 고유한 목적을 살릴 수 있는 자체 사업의 규모가 대행위탁 사업보다 컸다. 그러나 점차 경기도 위탁 사업이 늘어나면서 고유목적 사업의 두 배에 달하는 규모가 되며 주객이 전도됐다.
경기문화재단은 지역문화 예술의 진흥을 위한 사업과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됐다. 정관에는 역사 문화유산의 발굴·보존·현대화, 문화예술의 창작·교육, 문화예술 정책 개발·자문 등 문화진흥을 위한 사업을 수행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도에서 만들어진 사업이 떠넘기듯 재단으로 넘겨지다 보니 재단의 대행위탁 사업에는 기관의 성격과 어울리지 않는 사업도 있다. ‘경기도 사진복합문화공간 조성’과 ‘경기창작캠퍼스 창작기회공간 조성’ 등 리모델링 사업이 대표적이다.
경기도는 경기상상캠퍼스에 사진복합문화공간을, 경기창작캠퍼스에 창작기회공간을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며 이를 경기문화재단에 위탁했다.
문화예술 정책 설계, 내부 공간 구성, 행사 추진 등이 아닌 공사성 리모델링 사업을 해야 하다 보니 재단의 성격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학예직, 행정직으로 구성된 재단의 직원 특성상 건물의 리모델링을 책임지고 추진할 수 있는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우려도 있다.
대행위탁 사업이 계속 늘어나면 재단의 전문성과 사업 지속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문제가 생긴다. 위탁 사업이 대부분 계약직 직원을 충원해 수행하는 구조이다 보니 계약 종료 등으로 인해 사업의 연속성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문화예술 진흥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사업의 경우엔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지만 계약직 직원이 업무기간 내에 전문성의 계발을 도모하기도 어렵다.
특히 대행위탁 사업의 몸집이 지속적으로 커지면 정규직 직원까지 사업에 투입되는데 이처럼 한정된 인원 안에서 인력이 분산되면 고유목적 사업의 효율성까지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재단의 대행위탁 사업 문제는 경기도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꾸준히 지적돼 왔으나 여전히 위탁 사업의 규모는 커지고 있다.
경기문화재단 관계자는 “대행위탁 사업의 취지가 좋고 정당하더라도 수행 과정에서 재단의 정체성과 전문성을 발휘하기 어려운 사업들이 있다”며 “재단 자체의 고유목적 사업과 위탁 사업을 균형있게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재단 성격과 어울리지 않는 위탁 사업은 대부분 정리가 됐다”면서도 “재단이 설립 목적에 맞는 고유한 사업을 잘 추진하도록 위탁 사업의 내용과 성격을 더욱 세심하게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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