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생성형AI로 투자 유치하기

최병호 고려대 AI연구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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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쉬듯 투자 유치를 하고 싶다. 생성형AI로 투자 유치에 나선 초기 스타트업 대표가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다. 그러나 결혼하듯 투자금을 확보한다. 어렵게 시드(Seed) 투자 유치에 성공해도 후속 투자 유치는 날숨 내뱉는 속도로 실패한다. 시리즈A까지 간신히 도달했어도 상장(上場)까지는 코끼리가 냉장고에 들어가는 기적의 연속이다. 국가의 안위까지 흔든다는 대단한 위상의 생성형AI기술로 왜 악전고투를 할까. 늘 성공에는 놀랍게도 디테일에 답이 있다. 투자 유치는 어떨까. 화룡점정은 피칭(pitching)에 있는 것일까.

 

투자심사역에게 투자해달라고 당당하게 발표한다. 보기 좋은 모습이다. 그런데 발표 시간 대부분을 생성형AI 알고리즘에만 할당해 강변했다.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다고 믿는 것일까. 설득은 종교가 아니라 과학이다. 다수의 투자심사역은 생성형AI기술을 AI전공자나 AI연구자처럼 알지 못한다. 설사 안다고 해도 스타트업이 독창적으로 주장하는 생성형AI를 찰나에 알 수 없다. 투자심사역이 정말 알고 싶은 것은 ‘놀라운 기술의 개론 수업’이 아니라 ‘경쟁 대비 기술 차별화와 고객 가치의 증명’이다. 듣는 사람의 욕구를 외면한 채 말하는 사람의 요구로만 일방통행을 거듭한다면 개떡은 그냥 개떡으로 용두사미가 된다. 파레토 법칙은 이럴 때 활용해야 한다. 애정 어린 AI기술을 얼마나 자랑하고 싶을까. 그러나 과유불급은 화를 자초한다. AI기술은 발표시간의 10~20% 이내로 힘들겠지만 통제해야 한다. 고군분투에는 이렇듯 사소하지만 중대하고 결정적인 여러 이유가 있겠다. 발본색원은 이럴 때 쓰는 말이다.

 

발표가 끝나면 어김없이 Q&A가 찾아온다. 마치 쿠키 영상(post-credits scene) 정도의 가치라고 할까.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은 어떻게 처리하세요? 토큰(Token) 최적화는 어떻게 하세요? 이러한 질문에 답변을 사전 준비 없이 대충 한다면 어떻게 될까. 큰 오판이다. 진짜 발표는 Q&A다.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를 제공하는 업체가 해결할 문제죠. 토큰 비용도 마찬가지죠. 이렇게 답변한다면 투자심사역은 뭐라고 할까. 빅테크의 정책에 운명이 결정되는군요. 곧바로 게임 오버. 그러면 어떻게 답변하라는 말이냐. 할루시네이션은 데이터가 가장 큰 이슈죠. 내부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셋을 갖추고 있습니다. 또한 외부에 믿을 만한 데이터셋도 연계하고 있죠. LLM(Large Language Model)이 답변을 생성하기 전에 이러한 데이터셋에 접근하는 RAG(Retrieval-Augmented Generation) 기술을 독자적으로 적용하고 있습니다. 허용된 응답 내에서만 답변을 생성하도록 가이드레일(Guardrails)이 있죠. 여기에 좀 더 살을 붙인다면 어떨까. 토큰 최적화는 API 호출 최소화와 토큰 효율화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자체 캐싱 시스템이나 프롬프트 압축 기술 그리고 경량화 모델 활용 등 전방위적인 솔루션을 겸비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살짝 몇 가지 얹히면 좋지 않을까. 듣고 싶은 답변은 나만의 독보적인 기술력이 있다. 그 기술이 고객 문제를 해결한다. 그 기술이 시장 크기와 성장 추세를 확대하고 강화한다. 그 기술이 경쟁 구조와 경쟁 강도를 유리하게 전환한다. 결국 독점적 포지셔닝으로 높은 기업가치를 창출한다. 우리는 지금 무엇을 놓치고 있는가.

 

남의 돈을 우리의 호주머니에 넣으려면 ‘남’을 공부하고, ‘남’이 사는 자본시장을 연구해서, 마침내 내가 ‘남’이 되면 된다. 그때야 비로소 생성형AI는 우리의 밥그릇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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