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숙영 작가(한세대 미디어영상광고학과 교수) 세 번째 시집 출간 긴 시간 직관하고 성찰한 사회문제를 한 편의 시로 옮겨 AI시대에 시와 시인에 대한 본질을 되묻기도
‘시 같은 소설과 소설 같은 시를 쓰며 부유하는 삶’을 그리는 홍숙영 작가(한세대 미디어영상광고학과 교수)가 세 번째 시집 ‘반짝이는 것들만 남은 11층’(여우난골 간)을 펴냈다.
홍 작가는 이화여대와 프랑스 파리2대학에서 수학하고, 2002년 ‘현대시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한 이후 시집 ‘슬픈 기차를 타라’, 장편소설 ‘아일랜드 쌍둥이’ 등을 출간했다.
이번 시집 ‘반짝이는 것들만 남은 11층’에선 그가 세계를 직관하고 성찰한 시간이 유화처럼 시로 풀어졌다.
▲1부 ‘요절한 천재 닉 드레이크의 희망’ ▲2부 ‘나는 당신에게로 흐르지 않습니다’ ▲3부 ‘보잘것없는 것들이 만나 가장 뜨거워질 때’ ▲4부 ‘사랑을 나누는 건 유토피아의 바깥에서 벌어지는 일입니다’ 등이 시와 소설을 넘나드는 독특한 감성과 다채로운 서사로 펼쳐진다.
작가는 배를 만들던 이와 통닭을 굽던 소상공인, 거리와 빌딩을 청소하는 이들을 자세히 들여다 봤다.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다. 그러나 그런 문제에 즉각적으로 반응하기 보다 긴 시간 되짚어 보고 한편의 시에 담고자 했다”는 그의 말처럼 시는 한국사회의, 집단의, 개인의 이야기가 씨줄 날줄로 엮어져 시대를 관통하고 있다.
‘그때까지 자스민, 흩어지지 말아요’에선 인플루언서, 패션 디자이너, 혹은 평범한 직장인을 꿈꾸다 이태원에서 마지막을 맞이했던 이들을 화석처럼 남겨두기 위해 시를 썼다.
‘이름도 얼굴도 죽음도 남지 않은 좁고 가파른 골목길/ 램프의 정령을 불러 환하게 불을 밝혔습니다/ 파장이 일렁이자 세계의 중심에도 균열이 생겼어요….’
표제작 ‘반짝이는 것들만 남은 11층’에선 인쇄소에서 일하다 ‘손가락 두 마디’를 일터에 바치고 겨우 고층 건물의 유리창 청소 일거리를 찾은 아버지가 11층에서 그만 삐끗하고 만 삶을 통해 주목받지 못한 존재와 노동을 시로 풀어냈다.
시와 시인의 쓸모를 따지는 인공지능(AI) 시대에서 시의 본질을 되묻는 메시지도 담겼다. 그리고 이에 대한 혜안도 제시한다. ‘예술’로서의 시의 본질이다.
‘조바심은 어디에나 존재합니다 성공이나 사랑, 혹은 면접을 치른 어두운 기다림 속에도/ 하지만 날것의 예술은 느림이 힘이죠 어떠한 모델도 필요 없어요 나는 그 자체로 특별하니까요 따라 할 이유도 없답니다’(‘요절한 천재 닉 드레이크는 분홍 달빛에 희망을 걸었다고 합니다’ 중).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