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경심-김건희, ‘일가족 도륙’의 역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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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6일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에 마련된 민중기 특별검사팀에 피의자 신분으로 첫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조사를 받았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의 KT 광화문빌딩 사무실이다. 전·현직 영부인의 소환 조사는 세 번째다. 2004년 5월 고(故) 전두환 전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 여사가 조사를 받았다. 소환 사실은 귀가 후인 당일 밤에 알려졌다. 고(故)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도 2009년 4월 조사를 받았다. 역시 다음 날 소환 사실이 알려졌다. 피의자 신분으로 생중계된 소환은 김 여사가 처음이다.

 

김 여사가 특검법에서 받고 있는 혐의는 16개다. 지난 2023년에는 윤 전 대통령의 장모인 최모씨가 사문서 위조 등 혐의로 구속됐다. 최씨는 유죄가 확정된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 판결문에도 등장한다. 김 여사의 계좌 3개와 모친 최씨의 계좌 1개가 “시세조종에 동원됐다”는 대목이다. 앞서 윤 전 대통령의 처남인 김모씨도 양평공흥지구 개발과 관련해 기소됐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달 10일 내란 예비 음모 등 혐의로 구속돼 있다.

 

2019년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가 생생하다. 검찰총장이었던 윤 전 대통령이 수사를 지휘했다. 딸 조민씨의 부산대 의전원 부정입학 의혹이 발단이었다. ‘윤석열 검찰’이 정 교수를 조사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기소했다. 법무장관 임명을 막아서듯 이뤄진 이상한 기소였다. 동양대 총장 표창장 위조 혐의로 구속된 것은 그 뒤의 일이다. 최종 공소장에는 입시 비리 외 사모펀드 비리, 증거인멸 등 15개 혐의가 들어갔다.

 

조 전 장관의 동생 조모씨도 그즈음 구속됐다. 가족사학재단의 채용 비리, 배임수재, 허위 소송 등 혐의가 적용됐다. 뒤를 이어 조 전 장관이 기소됐다. 딸 조민씨는 윤석열 정부 때인 2023년 기소됐다. 조 전 장관의 가족에게는 모두 유죄가 선고됐다. 조 전 장관도 수감 중이다. 당시 구속됐던 정경심 교수가 눈의 고통을 호소했다. 안대를 착용한 채로 수감 생활을 하기도 했다. 수감 중인 윤 전 대통령 측도 실명 위기를 호소하고 있다.

 

도륙(屠戮)은 ‘사람이나 짐승을 함부로 참혹하게 마구 죽임’을 뜻한다. 수사나 처벌 등 법치에 적절하지 않은 단어다. 이 단어를 처음 언급한 건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다. 2021년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서 윤석열 후보에게 던졌다. 보수 진영의 반발이 일었다. 그러자 표현에 대한 정정 의사를 피력했다. 그러면서도 “조국 수사가 과잉수사는 맞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표현의 옳고 그름이 뭐 중요하겠나. 어차피 그 또한 과잉 말장난인데.

 

지지층이 동의할 건 ‘도륙당했다’는 호소다. 모든 국민이 동의할 건 ‘죄 없다’는 증명이다. 이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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