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불황에 대출로 사업 이어가...대출 비중 94%로 경영부담 너무 커 인건비 못내 시설자금 대출 역전에 이자 악순환…지역경제 악화 우려
인천지역 제조업체와 서비스업체 등의 올해 1분기 긴급 경영자금 대출액이 30조원에 육박하면서 ‘역대 최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자재 값 및 인건비 상승에도 불구하고 경기 악화 등으로 사업이 어렵다보니 대출을 받아서라도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 안팎에선 이 같은 대출 급증이 일자리 감소 등 악순환에 따른 지역 경제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6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2025년 1~3월 인천의 운전자금 대출액은 29조8천496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앞서 지난 2024년 2분기 29조7천68억원으로 최대치에 이른지 3분기 만에 더 많아진 것이다. 운전자금은 기업들이 인건비, 이자 등에 쓰이는 경영 긴급자금이다.
산업별로는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대출 비중이 27조8천335억원(94%)을 차지했다. 제조업 운전자금 대출액은 14조8천67억원(50%), 서비스업은 13조268억원(44%)이다.
특히 제조업은 지난 2022년부터 운전자금 대출액이 통상 ‘사업 확장’에 쓰는 시설자금 대출액을 역전했다. 당장 인건비 등에 쓸 자금이 없어 미래에 대한 투자를 줄이는 것이다. 2022년 1분기 시설자금 대출액은 12조3천614억원으로 운전자금 대출액보다 250억원 많았지만, 올해 1분기엔 운전자금이 시설자금(13조9천251억원)보다 8천816억원 많다.
이 때문에 남동국가산업단지 제조업체들은 최근 인근 은행 등에 잇따라 운전자금 대출을 신청하고 있다. 한 제조업체 관계자는 “매출은 줄어드는데, 원자재 및 인건비 상승으로 경영부담이 크다”며 “폐업할 수 없기에 일단 버티자는 생각으로 대출을 신청했다”고 말했다.
서비스업은 코로나19 이후 지속적으로 운전자금 대출액이 급증하고 있다. 2020년 2분기 10조6천288억원으로 첫 대출 규모 10조원을 넘긴 이후, 지속적인 경기 침체로 인해 지난 2022년 2분기 12조53억원, 그리고 3년만에 다시 올해 1분기 13조원을 넘어선 것이다.
여기에 서비스업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대출금 상환을 못하는 비율도 늘어나고 있다. 인천신용보증재단이 소상공인의 대출금을 대신 갚아준 대위변제 비율은 2022년 2.7%, 2023년 6.5%, 2024년 8.2%로 치솟고 있다.
인천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현상유지 조차 어려운 자영업자들이 많아 운전자금을 대출이 늘고 있다”며 “또 대출 이자조차 감당하지 못해 다시 대출을 받는 악순환에 빠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역 안팎에선 미국발 관세 영향 및 내수 침체에 따라 이 같은 대출 급증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로 인해 일자리 감소 등 악순환에 따른 지역 경제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인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최근 미국과의 관세 협상이 끝났지만, 여전히 불확실성은 남아 있다”며 “여기에 내수 경기가 당장 좋아지지 않는 만큼, 대출액은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빚을 갚느라 이익이 줄면 기업은 일자리를 줄이기 때문에, 이 같은 대출 급증은 지역 경제에 악영향”이라며 “금융권 및 정부가 나서 운전자금 대출 이자를 낮추는 상생지원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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