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을 이어가는 것, 그게 제 복지의 길이죠.”
긴 시간 복지 현장에서 주민과 부대끼며 다져온 이재경 거모종합사회복지관장(55)의 철학은 명료하다. 변화가 빠른 시대일수록 배움을 멈추지 않고 새 길을 향해 과감히 발을 내디디는 것. 그는 “지역복지관은 지역의 모든 복지 자원을 엮어내는 ‘중심’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관장이 늘 염두에 두는 키워드는 ‘변화, 도전, 성장’이며 그 모든 시작점은 ‘사람’이다. 그는 하루에도 수십번 문이 열리는 복지관의 현관처럼 복지 역시 늘 열려 있어야 한다고 했다. 누구나 편히 들어와 쉬고, 울고, 웃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공간이야말로 그가 지향하는 복지인 셈이다.
1997년 문을 연 거모종합사회복지관에 2013년 관장으로 부임한 그는 ‘커피향이 가득한 복지관’을 만들겠다는 작은 꿈을 품었다. 단지 향기 나는 건물이 아닌, 누군가의 하루를 조금 덜 외롭게 하고 ‘이곳에 오면 마음이 편해진다’는 말을 듣는 공간이길 원했다.
그는 끊임없이 도전과 성장을 거듭하며 지하 1층부터 지상 4층까지 10년 넘게 복지관 곳곳을 차근차근 고쳐 왔다. 낡은 벽엔 새 빛이 들고 휑하던 복도엔 웃음소리가 채워졌다. 올 하반기에 체력단련실 리모델링까지 완성되면 복지관은 더 많은 이의 땀과 웃음을 품게 된다.
특히 복지관 1층에 자리한 카페는 특별하다. 정신장애인과 대안학교 학생들이 바리스타 기술을 배우며 세상과의 연결고리를 찾는 곳이다. 커피를 내리는 청년들의 손끝에선 세상과 이어지는 희망이 활짝 피어난다.
‘가정을 따뜻하게, 이웃을 즐겁게, 지역사회를 이롭게’를 모토로 이웃에게 덕을 쌓고 있는 거모종합사회복지관의 문은 나이와 국적, 가족 형태를 가리지 않는다. 느린 학습 아동을 위한 음악 활동과 피아노 교실, 1인 가구를 위한 ‘같이 더 가치 요리 모임’, 어르신을 위한 ‘청춘 백세 한글 교실’, 다문화 프로그램까지. 그는 “가정 안의 온기가 곧 지역의 건강함으로 이어진다”고 믿는다.
특히 이 관장이 마음 쓰는 사업 중 하나가 ‘노인 맞춤 돌봄 서비스’다. 어르신들이 지역 안에서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도록 돌봄·여가·건강 프로그램을 함께 제공한다. 힘들고 까다롭다는 이유로 많은 복지관이 꺼려도 그는 “복지관이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한번은 매일 복지관을 찾는 한 어르신이 이 관장의 손을 꼭 잡고 “복지관 덕분에 우울증을 이겨내고 다시 살아갈 힘을 얻었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그 순간 이 관장에겐 지난 수년간의 어려움과 피로가 눈 녹듯 사라졌다.
복지관 운영은 늘 도전의 연속이었다. 때론 재정 위기나 소통의 벽에 부딪히는 어려움도 있었다. 종합사회복지관의 특성상 법적 사업비 지원이 없어 모든 사업을 기획하고 공모사업에 참여해 예산을 확보해야 하는 부담도 존재했다. 그러나 그에겐 어려움이 곧 도전의 이유다. 지난한 시간을 견디며 되레 단단해졌고 마침내 복지관은 2022, 2024년 보건복지부 평가에서 ‘최우수기관’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 관장이 생각하는 복지의 핵심 가치는 ‘사람 중심의 포용적 복지’다. 주민 개개인의 필요와 존엄을 존중하고 복지관의 문턱을 낮춰 그 누구라도 소외되지 않게 하는 것. 주민이 참여하고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의 복지가 목표다.
직원들과의 관계에서도 그는 ‘함께 가는 리더십’을 지향한다. 일일 아침 조회를 생략하고 중간관리자를 통해 주간 보고를 간결히 받는다. 그 대신 중요한 일은 직접 챙기고 직원들에게 기댈 수 있는 ‘안정감’을 주는 게 그의 방식이다. 사소한 것부터 존중받는 경험이 결국 따뜻한 조직을 만들고 있다.
앞으로 그는 주민 주도형 복지 모델을 더 단단히 세울 요량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거모지구 개발로 늘어날 인구에 대비해 구도심과 신도심 간 통합과 고령화, 1인 가구, 정신건강 문제 같은 복합적인 지역 과제에도 선제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우리가 하는 일은 결국 사람을 사람답게 살아가게 하는 일”이라는 그의 단단한 목소리에는 커피향처럼 은근하고 깊은 온기가 배어 있었다. 그리고 그 온기는 거모동 곳곳으로 번져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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