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문화재단 시점에서 한번 살펴보자. 도가 내려주는 예산은 명맥을 유지하는 정도다. 전시는 겨우 유지하고, 교육·연구는 꿈도 못 꾼다. 인건비 비중이 높다는 지적도 답답한 소리다. 전체 예산이 적으니 그렇게 보일 뿐이다. 여기에 도가 보내는 위탁 사업 비중은 계속 늘고 있다. 산하기관의 업무 영역이라는 점 잘 안다. 하지만 그 비중이 존재 이유를 뒤집을 정도면 곤란하다. 문화계 숙원이 ‘문화 예산 3%’인데, 말 꺼내기도 민망하다.
‘도 전체 예산이 팍팍하다’는 현실은 잘 안다. 하지만 다른 지자체와 비교해 봐도 적다. 박물관부터 보자. 경기도박물관의 2025년 예산이 43억8천만원이다. 서울역사박물관은 219억6천만원이다. 울산시립박물관은 113억원이다. 서울의 5분의 1, 울산의 2분의 1도 안 된다. 돈이 없으니 어떻겠나. 작품 ‘잭과 콩나무’가 훼손돼 관람객이 다쳤다. 돈 없어 미국 작가를 부르지 못한다. 작품 ‘두 개의 DMZ’는 화면이 고장났다. 일부 기능을 뺐다.
미술관 예산은 비교 자체가 민망하다. 경기도미술관의 2025년 예산이 39억원이다. 서울(106억원)·부산(218억원)·울산(69억원)미술관은 그렇다 치자. 전체 예산 규모가 크거나 자립도가 높으니까. 그런데 전남(78억원)·제주(66억원)·경남(43억원)미술관에도 뒤처지는 것은 문제다. 보유 작품은 미술관의 경쟁력이다. 2023년과 2025년 소장품 구입 예산이 0원이다. 기관별 돌려 막기 때문이다. 소장품 구입 지원 ‘조례’까지 제정한 서울이 부럽다.
늘어나는 도 위탁 사업도 생각해 볼 일이다. 올해 46건(1천20억원)이 ‘하달’됐다. 2000년에는 8건(52억원)이었다. 위탁 사업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문화재단 정관에도 ‘(위탁 사업을)수행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 사업의 성격을 ‘문화유산 발굴, 문화 예술 창작·교육, 정책 개발·자문’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적지 않은 위탁 사업이 본래 취지에 어긋난다. 사진복합문화공간, 창작기회공간 조성에 대한 위탁 사업이 그렇다.
위탁 사업 예산이 경기문화재단 총 예산의 60%다. 문화재단의 전말이 뒤바뀔 판이다. 예산이 없어 전시 작품을 땜질해 쓰고, 작품 구입은 생각도 못하고, 교육·연구는 구상도 못한다. 그러면서 위탁 사업은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이런 토양에서 문화재단 스스로의 개발·창달·발굴이 가능하겠나. 돈이 있어야 움직일 것 아닌가. 인근 인천시는 ‘문화 예산 3%’라는 공약이라도 얘기했었다. 경기도에서는 그런 구호조차 들어 본 지 오래다.
1천400만명의 문화를 책임지는 재단인데. ‘재단인지 기획사인지 헷갈릴 때도 있었다.’ 퇴임한 문화재단 한 간부의 술회다. 문화재단 입장이 돼 고민하자. 그리고 여력이 된다면 조금이라도 늘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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