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조합장 취임 후 단순한 금융기관서 탈피 하나로마트 활용 미래 도시농협 구현 박차 자율경영, 보상체계 도입 소비자 신뢰 높여
이 기사는 종합경제매체 한양경제 기사입니다
급변하는 유통환경 속에서 서울 영등포농협이 올해 농산물 유통사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단순 금융기관을 넘어 하나로마트 중심의 경제사업 확대를 통해 도시와 농촌의 상생 모델(도시농협)을 구축하겠다는 백호 영등포농협 조합장의 도전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영등포농협은 백호 조합장이 2023년 3월 취임하면서 도시농협 구현을 위한 변화를 시작했다.
백 조합장은 먼저 민간의 경영방식을 도입하면서 단순한 점포 확장에 그치지 않았다. 정육·과일·채 소 등 부문에 민간 유통 전문가를 영입하고, 점장에게 자율·책임 경영권을 부여했다. 경제본부는 유통사업 전반을 조율하는 컨트롤타워로 만들어 조직 운영의 효율성을 높였다.
특히 과일·채소 부문의 경쟁력 강화는 백 조합장의 노력이 만들어낸 성과라 할 수 있다. ‘맛없는 과일은 조건 없이 교환·반품’이라는 품질보장제를 운영해 소비자 신뢰를 높였다. ‘과일은 맛있고, 채소는 신선하다’는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면서 품질에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점포 운영도 공격적으로 하고 있다. 백 조합장은 취임 이후 하나로마트 남구로역점, 노량진뉴타운점, 신도림점을 확장했고, 기존 남구로점, 병무청역점은 백화점 수준으로 리뉴얼해 매장 환경과 고객 편의성을 크게 개선했다. 이달에는 도림시장점 개장을 앞두고 있다. 8곳 점포로 늘어난 영등포농협 하나로마트는 도시형 유통의 대표 모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 도농상생, 단순 연결 넘어 실질적 협력으로
백 조합장은 “하나로마트는 도시농협의 정체성을 지키는 핵심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단순한 산지 농산물 판로를 넘어, 산지 농협과의 공동 성장을 위한 협력 모델을 구현하고 있다. 경남 진주동부농협, 제주 효돈농협, 충남 보령 웅천농협 등과 자매결연을 맺고 직거래 물량 확대 등 구체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도농 간 유통 간담회를 통해 산지 물류비 부담과 도시의 가격 리스크 문제를 논의하고 개선책을 마련하는 등 상호 이해를 바탕으로 한 협력관계를 강화하고 있는가하면 포장 기술, 품질 기준 공유, 공동 브랜드 개발 등 산지 농협의 역량 강화를 위한 지원도 병행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웅천농협의 육묘장 증설 및 저온창고 구축을 위해 15억 원을 지원했고, 올해는 전남 곡성농협을 포함한 69곳 산지 농협에 도농상생 자금 391억 원을 지원해 상생 기반을 확대했다.
서울에서는 핵심 상권 내 하나로마트를 기반으로 높은 접근성과 물류 효율성을 동시에 확보하고 있다. 여의도, 노량진, 신도림 등 핵심 지역에 위치한 점포들은 ‘도보 생활권 유통 거점’ 역할을 하며, 착한 가격과 신선한 품질로 지역주민에게 안정적인 공급 체계를 만들고 있다.
특히 백 조합장은 지역 내 농수축산물 유통을 주도하며 가격 안정화를 꾀하고 있다. 산지 직거래 기반의 공급망을 통해 중간 유통비용을 줄이고, 제철 농산물을 경쟁력 있는 가격에 공급함으로써 소비자에게는 합리적인 선택지를, 생산자 농민에게는 안정적인 판로를 제공하는 도심형 유통의 모범사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울러 데이터 기반 발주 시스템과 상품별 권장판매가 체계를 구축해 점포 간 가격 신뢰도를 확보하고 있으며 자체 온라인몰 ‘위드프레시(Withfresh)’도 준비 중이다. 위드프레시는 관할 지역 내 당일 배송이 가능한 플랫폼으로, 오프라인 점포의 물류 인프라를 온라인으로 확장하려는 전략의 하나다.
백 조합장은 “마트 확장은 단순한 소매업 확대가 아니라, 도시와 농촌을 연결하는 공정하고 투명한 유통의 대안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며 “영등포농협의 유통전략이 도시농협의 미래모델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혁신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 ‘2030 유통비전’ 선포…연 1천500억원 매출목표 도전
이와관련해 그는 지난달 말 열린 미래전략회의에서 ‘2030 유통비전’을 선포했다. 규모의 경제 실현, 선진 경영기법 도입, 경영의 효율화를 통해 연간 매출액 1천500억 원을 목표로 강한 실천 의지를 보였다.
백 조합장은 또 올해 가장 관심을 두고 추진하는 분야가 있다. 바로 사회공헌이다. 유통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전국 단위농협 최초로 ‘사회공헌 실천재단’을 설립하고, 조합원과 고객에게 월 1천원 기부를 독려하는 ‘1천원의 기적’ 운동을 벌이고 있다.
영등포농협사회공헌실천재단은 농협 자체 출연금 15억 원과 기부금으로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펼치고 있다. 3일 현재 기준 1만5천34명이 참여해 약 1억4천703만 원의 기부금을 모았다. 기부금은 취약계층에게 신선 농산물을 지원하거나 지역 축제 연계 나눔 활동 등에 쓰인다.
끝으로 백 조합장은 “도시농협은 단순한 금융기관이 아닌, 도시민과 농민의 삶에 가치를 더하는 ‘사회적 플랫폼’이 돼야한다”고 강조했다.
일부 농협이 적자 우려로 유통사업에 소극적인 상황에서도 그는 “도시농협의 정체성을 확보하고, 생산-유통-판매의 통합 체계를 실현하려면 하나로마트가 중심이 돼야한다”고 단언했다.
그는 영등포농협의 미래 전략을 △디지털 전환 △자율경영 △사회적 책임 △도농 연계 등 네 가지를 제시했다.
백 조합장은 취임하면서 “농협도 디지털로 바뀌어야 산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냈다. 전 직원에게 태블릿을 보급해 종이 없는 회의를 실현했고, 모바일 인트라넷을 통해 스마트 오피스 환경을 구축했다. ‘디지털 농민신문’을 도입해 조합원과의 소통에 실시간 성과 참여성을 더하며, 협동조합의 가치를 새로운 방식으로 넓히고 있다.
백 조합장은 “자율경영과 전문성, 보상체계를 갖춘 조직개혁을 통해 영등포농협은 도시농협의 미래모델로 진화할 것”이라며 “‘창업 수준의 도전 정신’이 도시농협의 혁신 방향을 어떻게 선도할지 관심을 갖고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2023년 260억 원이던 영등포농협 하나로마트 매출은 다음해 400억 원으로 53.8% 증가했으며, 올해는 700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에는 1천억 원 매출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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