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보건교사 “다른 기관” 이유 거부 원아들 아플땐 외부로… 의료 사각 우려 교육계 “유치원 내 보건인력 배치” 목청 市교육청 “法 미비”… 교육부 “개정 논의”
#1. 인천 연수구 병설유치원 교사 A씨는 반 아이가 놀다가 이마를 다쳐 초등학교 보건교사에게 치료를 부탁했지만 거절당했다. 해당 보건교사는 “학교와 유치원은 엄연히 다른 기관”이라는 이유로 치료를 거부했다.
A씨는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마음이 급해 하는 수 없이 아이를 업고 병원으로 달려가 겨우 치료를 받았다. A씨는 “다친 아이가 있는데 너무 매정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2. 인천 서구 병설유치원 교사 B씨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B씨 반 아이가 열이 나 학교 보건교사에게 봐달라고 부탁했지만 역시 거절 당했다.
인천지역 초·중·고등학교 병설유치원이 보건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원아들의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보건 인력 채용에 대한 법적 근거도, 예산도 없는 가운데 소속 학교 보건교사들은 자기들 업무가 아니라며 병설유치원 어린이에 대한 치료 지원을 거부하기 때문이다.
10일 인천시교육청에 따르면 병설유치원은 초·중·고등학교 산하에 설치하는 유치원으로, 인천에는 180곳이 운영 중이다.
그러나 이 중 보건교사나 간호사 등 보건 인력을 둔 병설유치원은 단 1곳도 없다.
병설유치원은 대개 원아 10~20명 규모여서 시교육청에서 지원하는 보건 인력 예산이 전무하다. 이런데도 소속 학교 보건교사의 병설유치원 원아 치료 지원에 대한 법적 근거도 없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병설유치원 교사들은 아이들이 다치거나 하면 외부 의료기관으로 데려가야 한다. 반면 대개 원아 100명 이상인 단설유치원들은 시교육청 예산 지원으로 간호사나 간호조무사를 두고 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병설유치원 어린이가 다치거나 하면 같은 울타리 안의 소속 학교 보건교사가 치료 지원을 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 학교 보건교사들은 “학교와 유치원은 엄연히 다른 기관이라 겸임할 수 없다”는 이유로 거부한다. 또 병설유치원 아이들까지 맡을 경우 업무 가중으로 학교 보건의료에도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때문에 지역 교육계에서는 병설유치원에도 보건인력을 배치해 아이들 안전을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보건교사의 업무 범위를 놓고 현장에서 혼란을 겪는 것을 알고 있다”며 “법적 미비로 학교 보건교사들에게 병설유치원 아이들 치료를 강제할 수 없는 사정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현재로서는 예산 문제 등으로 병설유치원 보건인력을 배치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학교장 등이 보건교사들에게 겸임을 명할 수 있으나 현장에서 잘 이뤄지지 않는다”며 “관련 법 개정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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