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천자춘추/은빛사랑
여순호(경기도여성회관 관장)
경기도여성회관은 도내 여성들의 평생교육의 장으로 다양한 층의 여성들이 이곳을 찾는다. 그중 노인 학생들이 즐겁게 생활하는 모습을 뵐때는 보람과 흐뭇함을 느낀다.
아침 9시, 씩씩한 발걸음으로 정문을 들어서는 노인들이 눈에 띄기 시작하면서 여성회관은 생동감이 넘친다. 지각을 하면 큰 일이라도 날 것 같은 초등학생의 표정으로 60∼70세의 노인들이 부지런을 떠는 모습이 아름답기까지 하다.
우리 회관에는 실버대학 중심으로 영어기초반, 스포스댄스반, 컴퓨터반, 즐거운 노래교실, 요리교실, 경기민요교실, 수지침, 밝은 명상 등 많은 노인 프로그램이 있는데 400여명의 어르신들이 이 과정을 수강하고 있다.
이곳을 찾는 어르신들은 늘 즐거운 표정이다. 댁에서 나와 여성회관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새로운 것을 배우는 즐거움 때문에 사는 맛이 난다고 한다. 다시 학생이 된 기분에서 친구도 사귀고 사는 얘기도 나누고 집에 돌아가 손자·손녀 앞에서 자랑도 한단다.
어느 어르신은 컴맹에서 벗어나 고맙다고 하신다. 회관에서 배운대로 음악편지를 손주에게 보냈더니 할머니가 세련되었다고 하며 놀라더라고 흐뭇해 하신다.
요리반에 다니는 어떤 분은 늘 하는 요리지만 매일 새롭다고 하시며 같은 음식이라도 더욱 맛있고 예쁘게 만들어진다고 하신다. 모든 분들이 즐겁게 요리를 하고 다정스럽게 둘러앉아 음식을 나누는 모습이 정겹다.
중국어를 배우는 75세 된 어른은 버스를 두번 타야 오는데도 지각 한번 하지 않으신다. 아들이 중국에서 근무하게 되는데 함께 가려고 하신다며, 나이 좀 먹었다고 못 배울게 뭐있느냐고 의욕적이다.
내겐 이런 어르신들의 열정이 너무 아름답고 사랑스럽기까지 하다. 그리고 너무 감사하다. 내 나이 오십하고도 중반에 누군가에게 짐이 되기보다는 보람으로 다가가고, 나의 하루 하루가 누군가에게 무엇인가 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모른다.
여성회관의 교육과정 하나하나에 꿈과 낭만을 실어 나이 드신 어르신들께 희망으로 다가가 노년을 은빛 사랑으로 열매 맺을 수 있도록 그 길이 되어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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