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앞차 말이야 틀림없이 여성 운전자일거야…”앞차가 과속을 않고 제대로 가는데 대한 뒷차의 남성 운전자 불만이다. 그리고는 추월하면서 여성 운전자가 맞으면 냉소의 시선으로 힐끔 쳐다본다. 그러니까 과속을 않고 얌전히 차선을 지키고 가면 그 차가 설령 남성 운전자일 지라도 여성 운전자로 아는 지경이 됐다. 난폭운전 위주의 자동차문화가 이토록 피폐되고 있다. 심지어는 이면도로에서 마주쳐 남성 운전자 차가 좀 물러 서 주어야 할 상황인데도 떡 버티고는 여성 운전자더러 물러서길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다가 시비가 생기면 한다는 소리가 “여자가 다 차를 끌고 나와 귀찮게 한다”며 욕설을 해대기도 한다.
어느 사회단체가 수집한 운전자 성차별의 사례가 이러하다. 기막힌 사례가 또 있다. 차선을 끼어드려는 차가 있어 두어대를 끼어 들도록 양보하고는 뒷차가 빵빵거리는 바람에 더 지체할 수 없어 또 끼어드려는 차를 제치고 한참 진행하는데, 끼어들지 못한 차가 뒤따라와 추월하면서 남성 운전자가 손가락질을 마구 해댔다는 것이다. 화가 치민 여성 운전자가 뒤쫓아가 결국 사과를 받은 것으로 끝났지만 남성 운전자의 횡포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선진국에서는 남성 운전자가 오히려 여성 운전자를 보호하는 것이 일상화 됐다. 그건 남성 자신의 아내를 비롯한 여성가족 역시 운전을 하기 때문이다. 우리들 역시 자신의 가족 중에 여성 운전자가 있다. 그런데도 성차별을 한다. 남성 운전자가 다른 여성 운전자에게 성차별을 하면 자기 가족의 여성 운전자 또한 다른 남성 운전자에게 심한 성차별을 받는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여성 운전자에 대한 남성 운전자의 성차별은 사고가 나면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는 것으로 잘못 여기는 참으로 부끄러운 자동차문화에 기인한다. ‘운전은 그 사람의 품격을 나타낸다’는 자동차 잠언은 정말 귀담아 들을만 하다.
좋은 차를 지녀야 인격이 높은 것으로 착각하는 차격이 인격이 아니라, 운전의 품격이 곧 운전자의 인격인 것이다. 괜찮은 사람도 운전대만 잡으면 잘못되곤 하는 것을 보는 건 불행한 현상이다. 자동차문화의 성숙을 위해서는 고쳐야 할 점이 많지만, 우선 성차별부터 시정돼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필자는 여성운전 경력이 올해로 15년이다.관록을 내세울 것까지는 없지만 운전에 남의 욕을 먹을 단계는 아니라고 믿는다. 그런데도 앞서 같은 운전의 성차별 사례가 생소하지 않는 것은 비슷하게 경험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에서다. 여성 운전자의 아무 잘못 없이, 무턱대고 퍼붓는 남성 운전자의 횡포는 실로 지탄 받아야 할 폭력이다. 이미 여성의 능력이 직종과 계층을 불문하고 다양· 다재하게 인정돼 크게 파급된 마당에 새삼 운전의 성차별을 고작 말하는 것은 어쩌면 유치한 얘기이긴 하다. 하나, 이런 유치한 얘길 해야하고 또 들어야 할 책임이 일부 지각없는 남성 운전자들 때문에 있는 현실을 남성들은 성찰해야 한다.
따지고 보면 화목한 자동차문화는 현대 사회생활의 명랑화를 기하는 일익이다. 여기엔 오직 교통법규, 교통도의 만이 있을뿐 남성·여성운전의 구별이 있을 수 없다.여성 운전자에 대한 남성 운전자의 성차별 의식은 우선 남자의 체면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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