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배운다’는 말이 있다. 즉 배움에는 나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의미일 것이다. 요즘처럼 사회의 발전속도가 빠른 시대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 또는 동시대를 사는 사람들과 사회에 회자되는 주제들에 대해서 허심탄회하게 문제의식과 비전을 공유하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삶의 진리를 탐구하고 나 자신의 영혼을 빛나게 하기 위해서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배움의 자세를 견지해야 할 것이다.
배움의 주체는 나 자신이지만 그 내용의 전달자, 즉 선생님은 사람일수도 있고 자연일 수도 있으며 책을 통해 지혜를 얻기도 한다. ‘책 속에 길이 있고 스승이 있고 진리가 있다’는 말의 의미가 지나온 삶을 되돌아보니 어렴풋이 잡히는 것 같기도 하다. 한 권의 책을 눈으로 읽어가면서 마음으로 와 닿는 저자의 소리에 숙연해지며 ‘아 그렇구나. 이런 가르침도 있구나’하면서 마음속으로 깊은 존경심이 솟구치곤 한다.
한해가 저무는 무렵에 법정스님의 수필집 ‘무소유’를 읽었다. 스님의 청빈생활과 무소유의 홀가분함이 얼마나 자유스럽고 아름다운지를 잔잔하게 일깨워주는 것이었다. 소금같고 보석같은 말씀들이어서 읽는 동안 마음속 깊이 자리잡고 있었던 그 무엇인가가 눈 녹듯 사라지며 그 빈자리에 따스한 기운이 스며드는 것이 느껴지기도 했다.
자기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주변 물건들에 대한 집착이 얼마나 사람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삶을 황폐하게 하는지를, 거기서 벗어났을 때 사람의 존재의 정체성에 얼마나 가까이 갈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재물이든 아니든 무엇인가를 소유하고 있으면 그것에 집착하게 된다. 소유한다는 것은 그것으로부터 편익을 얻게 되는 이점이 있지만 반면, 그 소유의 무게로 인하여 오히려 마음이 편치 않다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생활필수품을 소유하고 싶어도 경제적 어려움으로 소유할 수 없는 사람이 많은 사회에서는 무소유의 홀가분함과 자유스러움은 피부에 와 닿지 않는 공허한 소리로 들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행히도 현대는 절대적 빈곤이 아닌 상대적 빈곤 해소문제가 중요한 이슈이고 소유하지 못한 것보다는 과도한 소유와 그 병폐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현실이기에 법정스님의 무소유의 즐거움은 응당 타당한 면을 수긍할 수 있고 소유의 무게에 짓눌리고 정신적 방황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에게 소유의 집착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유와 안빈낙도의 자세를 보여준 위안이 아닐 수 없다.
하나를 얻기 위해 다른 하나를 포기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전체를 얻고자 하는 것은 결국 전체를 잃겠다는 것을 의미함이 아닐까. 사회는 더불어 사는 것이고 서로 주고받으며 사회는 굴러간다. 계미년 2003년 새해에는 더욱 따뜻한 사회가 되고 더불어사는 아름다운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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