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평화의 촛불이 파도치면서 전세계로 퍼져가고 있다. 불평등한 소파개정을 요구하던 촛불시위는 한반도를 넘실대더니, 이제 평화와 미국의 전쟁반대로 이어가며 전세계를 촛불의 바다로 물들이고 있다.
이 촛불의 불씨는 뙤약볕이 따갑던 지난 여름 미군장갑차에 여중생 둘이 깔려 죽으면서 시작됐다.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외쳤건만 재판조차 제대로 해보지 못한 이 못난 국민들은 끝내 울분을 참지 못하고 너나 없이 촛불을 든 채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시민들은 광화문과 수원 남문을 비롯한 전국 방방곡곡에 촛불을 밝힘으로써 어이없이 죽어간 효순이와 미선이를 추모하고 미군처벌과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했다. 그러다 전쟁의 위협이 있는 곳에 두 여중생의 죽음은 언제든지 되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반전, 평화라는 한층 승화된 메시지를 만들어 냈다.
미국 중심부에서 발생한 9·11 폭파사건 이후 미국은 공공연하게 이라크 공격과 북한공격을 이야기하고 있다. 지구가 또다시 전쟁의 위협에 노출된 것이다. 미국의 타협 없는 전쟁위협 속에서, 2002년 마지막날 지구를 한바퀴 돌았던 촛불파도타기는 새해로 들어서면서 반전, 평화의 이름으로 세계 곳곳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이제 우리는 ‘반전, 평화’라는 또 다른 출발점에 와 있다. 미군 장갑차가 누비는 곳이 대한민국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어제는 아프칸 ,오늘은 이라크며 내일은 한반도일 수 있다. 이라크 공격은 초읽기에 들어갔고 북한공격 가능성은 여전히 미국의 실력싸움을 유리하게 만드는 카드로 쓰이고 있다.
미국의 장갑차를 몰고 가는 것은 명령에 복종하는 하급 병사가 아니라 전쟁을 확산시켜 자국의 이익을 관철하려는 미국의 이기주의적인 욕망이다. 또한 장갑차에 깔려 죽은 이들은 효순이 미선이로 그치지 않는다. 미국의 욕망이 미치는 곳이라면 지구 어디서든 제2 제3의 효순이 미선이가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심지어 북한에서도 말이다.
따라서 우리의 태도를 ‘반미’로 매도해서는 안된다. 단순한 ‘반미’가 아니라 전쟁을 부르는 미국의 태도에는 반대하기 때문이다. 미군 장갑차에 화염병을 던지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전쟁위협과 자국이기주의를 향해 평화, 반전의 촛불을 들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가족과 이웃의 손을 잡고 촛불을 움켜쥐어보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